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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우토로마을 1세대 강경남 할머니 별세…서경덕 "하늘선 고향 방문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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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우토로마을 1세대 강경남 할머니 별세…서경덕 "하늘선 고향 방문 기원"

입력
2020.11.23 07:52
수정
2020.11.2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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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 95세…재일동포로 마을 지킨 '역사 산증인'
'무한도전' 출연해 조선인 차별의 아픔 알리기도

일본 우토로마을 1세대 강경남(오른쪽) 할머니와 서경덕(왼쪽) 성신여대 교수.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제공

일본 우토로마을 1세대 강경남(오른쪽) 할머니와 서경덕(왼쪽) 성신여대 교수.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제공

재일동포 1세대로 역사의 산증인으로서 일본 우토로마을을 지켜온 강경남 할머니가 21일 별세했다. 향년 95세. 강경남 할머니는 2015년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배달의 무도' 편에 출연하면서 대중들에게 조선인 차별의 아픔을 알리기도 했다.

한국 홍보 전문가로 역사 왜곡 등을 바로잡기 위한 활동을 벌여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강 할머니의 부고를 알리며 "일본 우토로마을을 지켜온 1세대 강경남 할머니가 별세하셨다고 한다"며 애도를 표했다.

그는 "지난해까지도 아주 정정하셨는데 마음이 참 안 좋다"고 심경을 밝히며 "부디 하늘나라에서만큼은 고향인 경남 사천에 꼭 방문하시길 바랄 뿐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말했다.

일본 우토로마을은 일제시대 조선인 1,300여명이 군 비행장 건설을 위해 강제동원되면서 생겨났다. 해방 이후에도 이들은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고, 고된 막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수도시설조차 없고, 지대가 낮아 비만 오면 침수가 될 정도로 낙후된 마을이었지만 조선인들은 50년을 터잡아 의지하며 살아왔다.

2015년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배달의 무도' 편에 출연한 강경남 할머니. MBC 캡처

2015년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배달의 무도' 편에 출연한 강경남 할머니. MBC 캡처

조선인들이 모여살며 우리말과 문화를 잊지 않으려 되새기는 모습이 달갑지 않았을 일본 정부는 우토로마을을 핍박했다. 1987년 일본 정부가 몰래 매각을 추진, 주민들이 강제 퇴거 위기에 놓이자 한국민과 재일교포 등이 성금을 모아 우토로마을에 전달하기도 했다. 성금으로 땅을 일부 구입해 150여명의 주민들은 이주할 수 있었다.

1925년 경남 사천에서 태어나 1934년 어린 나이에 가족과 함께 일본에 간 강경남 할머니는 우토로마을 1세대 중 최근까지 유일한 생존자로 남아 역사의 산증인으로 불렸다. 전쟁을 피해 우토로마을에 자리잡은 강경남 할머니는 재일동포 1세대로 우토로마을을 지켜왔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강경남 할머니가 90세가 넘어서도 고향인 경남 사천군 용현면을 또렷이 기억하고 '팔도강산', '각설이타령' 등 우리 노래를 부르며 고향을 그리워했다고 전했다.

지구촌동포연대와 우토로민간기금재단에 따르면 강경남 할머니의 발인은 24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할머니의 옛집에 49일 동안 유골을 안치, 빈소를 마련할 예정이다. 연대·재단 측은 49재 동안 한국에서도 헌화해 조의를 표할 수 있도록 하고, 온라인 추모영상을 제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강경남 할머니가 95세 생일이었던 지난 17일 함바 앞에서 휠체어에 탄채 미소짓고 있다. 우토로민간기금재단

강경남 할머니가 95세 생일이었던 지난 17일 함바 앞에서 휠체어에 탄채 미소짓고 있다. 우토로민간기금재단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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