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찍질’에서 ‘독려’로 전략 바꾼 듯
안철수와는 여전히 '거리두기'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리더십에 고개를 가로젓는 근거 중 하나는 ‘뺄셈 정치’였다. ‘이 사람은 이래서 안 된다, 저 사람은 저래서 안 된다’는 김 위원장 특유의 박한 평가는 당내 인사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당의 문을 걸어 잠그고, 싫은 사람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옹졸함으로는 이길 수 없다”(장제원 의원) 등의 반발에 토 다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런 김 위원장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최근 들어 차기 대선,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려는 당내 예비 주자들을 치켜세우면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등 대선주자 3인방을 콕 집어 거론한 데 이어, 유 전 의원 대선캠프 격인 사무실 개소식에도 참석해 그의 첫걸음을 응원했다. “유 전 의원이 지향하는 바를 꼭 성취할 수 있도록 진심으로 기원하겠다”고도 했다.
3인방에 대해 “정치인으로서 시효가 끝났다”고 잘라 말하며 ‘1970년대생 경제통’ 발굴을 역설하던 때와는 분명 바뀐 모습이다.
김 위원장의 태도가 180도 달라진 배경에는 당내ㆍ외 인사들의 항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비대위 관계자는 “당의 인적 자산을 우리끼리 폄하해서 득 될게 뭐가 있겠나”라며 “그렇게 하시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여러 경로를 통해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달 초 서울지역 원ㆍ내외 중진급 인사들과의 만찬에서도 "차기 대선주자들을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깎아내리는 것은 해당 행위다" "선거는 사람이 없어도 있는 척 하고 치러야 하는데, 그런 '마이너스 전략'으로 어떻게 감당하려 하느냐" 같은 수위 높은 발언이 오갔다고 한다.
선거 레이스가 임박하면서 김 위원장이 ‘채찍질’에서 ‘독려’로 전략을 바꿨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내년 4월)가 다가왔는데도 ‘새 인물’이 찾아낼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이미 뛰고 있는 주자들을 키우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보궐선거 선거 승리 위해 당의 역량을 결집시켜야 하는 만큼, 당대표 격인 김 위원장이 표정 관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23일 이언주 전 의원의 부산시장 출마 선언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나경원 전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 출마 여부를 밝힐 예정인 24일 북토크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각 주자들과의 개별 접촉도 계획 중이다. 다만 시종 거리를 둬왔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회동은 여전히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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