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을지 말지'를 왜 여성이 아닌 국가가 통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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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을지 말지'를 왜 여성이 아닌 국가가 통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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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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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주도 가족계획 관점에서?
출산 바라보는 현실 변해야
"다양한 가족 형태 상상해야"

방송인 사유리씨가 자발적으로 비혼 출산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유리 SNS 캡처

“‘낙태를 인정하라’ 말하잖아요. 그걸 거꾸로 생각하면 '아기를 낳는 것을 인정해라' 이렇게 하고 싶어요. 낙태뿐 아니라, 아기를 낳는 것도 인정했으면 좋겠어요.”

일본 정자은행을 통해 4일 ‘비혼 출산’을 한 후지타 사유리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한 이 말은 우리 사회에 재생산권(출산에 해당하는 모든 행위를 여성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과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허용 범위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그를 향한 격려와 축하는 '거꾸로 말하면' 그렇게 하지 못한 우리 사회를 향한 개선 요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은 여전히 개인이 아닌 국가가 아이를 ‘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를 통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새롬 시민건강연구소 젠더와건강연구센터장은 22일 "국가통계인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 복지 실태조사에서는 결혼해 배우자가 있는 여성만을 대상으로 ‘너의 가족이 완성되기 위해서 아이 몇 명을 낳을 계획이냐’고 묻는다"고 전했다. 여성의 출산권 관점이 아닌, 국가가 가족 계획을 하던 과거의 인구통제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얘기다. 그는 “미국에서는 비슷한 조사를 할 때 배우자 유무와 상관없이 ‘출산을 염두에 둔 성생활을 하고 있는가’, ‘지금 임신을 했다면 낳을 생각이 있는가’라고 물어본다"고 설명했다. 여성의 결정권을 인정하고 그에 따라 임신과 출산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개입이 뒤따른다는 의미다.

형법상 낙태죄 조항을 유지하기로 한 것도 '출산 통제'라는 구태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처벌조항을 위헌이라는 취지로 판단을 내렸으나, 정부는 이를 유지하고 임신 주수를 처벌기준으로 삼았다. 여성계가 “낙태죄로 인해 대한민국 여성은 자신이 아이를 언제 어떻게 낳아 키울지, 혹은 낳지 않을지 결정할 권리가 없다”고 반발하는 이유다.

유니브페미, 전국생행진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청소년,청년 페미니스트 100인 선언 낙태 처벌의 세대-시대는 끝났다'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정부입법 예고안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낙태죄 존치가 아닌 완전 폐지, 조건부 허용이 아닌 완전한 재생산권 보장을 촉구했다. 뉴스1

저출산 문제 역시 이런 출산 통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여성계의 목소리다. 부부로 이뤄진 가구가 '정상가족'이고, '부부라면 무조건 아이를 낳아야 한다'가 15년간 정부의 저출산 극복 정책 기조였다는 것이다. 나영정 가족구성권연구소 연구원은 "이것이 실패했다는 것은 출산율 통계가 보여준다"며 "사유리씨의 사례는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국가가 지원해 주는 것이 거의 유일한 저출산 해법이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가족 다양성 인식이 결핍된, 취약 가정을 낙인부터 찍고 지원하는 한부모 가족 지원 정책도 개선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서 사유리씨와 같은 비혼 출산 선택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나 연구원은 "그간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성은 계속 있었지만 그들을 지원하는 정부 기조는 ‘불행한 사건에 대해 국가가 보조한다’는 입장이었다"며 "낙인 찍기 없이 국가가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산' 넘어 다양한 가족 형태 꿈꾸던 생활동반자법

정치권에서도 다양한 가족 형태를 규정하는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9대, 20대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주도했던 '생활동반자법'이 비근한 예다. 결혼 없이도 법적, 제도적 차별을 받지 않고 가족을 꾸릴 수 있는 프랑스의 팍스(PACs·시민연대계약)를 모델로 한 이 법은 초기부터 ‘동성혼을 사실상 합법화 하는 법’이라며 거센 비판 속에 결국 발의되지 못했다. 진 의원실 보좌관으로 생활동반자법 발의를 추진했던 황두영씨는 “사유리씨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적 환영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양한 가족 구성 가능성과 여성이 결과적으로 출산을 선택했다는 것에 대한 환영이 혼재돼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황씨는 여전히 생활동반자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1인 가구 비율은 법을 처음 고민던 2013년보다 2배가 늘었다. 그는 "1인 가구 3분의 2 정도는 '방법만 있다면 가족과 살고 싶다'고 답한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로 누군가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함께 안정된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데, 이것이 가능한 법적 장치가 결혼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가능하게 하는 생활동반자법은 사회가 방치하다시피하는 빈곤율이 높은 여성 독거 노인처럼 취약 계층을 돌보는 현실적인 법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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