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공격수가 K리그2(2부 리그) 시즌 최종전 판도를 뒤흔들며 ‘설기현 매직’을 현실로 만들었다. 준플레이오프(준PO) 가능성이 가장 희박했던 경남은 만 27세에 K리그 데뷔 골을 터뜨린 도동현의 활약으로 한 시즌 만의 재승격 가능성을 살려냈다.
도동현은 21일 경남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0 최종전인 27라운드 대전하나시티즌 전에서 전반 1분 만에 벼락 같은 선제 골을 터뜨렸고, 6위에서 최종라운드에 임한 경남은 이 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1-0 승리를 거둬 3위에 올랐다.
올해 K리그 2년차인 도동현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20세 이하(U-20) 청소년대표를 거친 이력은 있지만, 국내 축구팬들에겐 이름이 낯설었던 덴 이유가 있다. 그는 2012년 호주 브리즈번 로어FC에서 프로에 데뷔한 뒤 인도의 노스이스트 유나이티드, 이스트벵골 FC를 거쳤다.
2017년부터는 말레이시아에서 프로 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김종부 전 경남 감독의 부름을 받고 처음 K리그 무대에 섰다. K리그에서도 출전 기록이 미미하다. 지난해 정규리그에서 단 3경기에 출전했고, 부산과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설기현 감독이 부임한 올해에 들어서야 출전기회를 조금 더 늘렸다. 그나마도 이날 최종전을 포함해 6경기에 출전한 게 전부다. 설 감독으로선 ‘변칙’으로 그를 내세운 셈인데 결국 최종전에서 사고를 쳤다. 그는 페널티 지역 정면 안쪽을 파고든 뒤 강력한 왼발 슛으로 대전의 골 문을 갈랐다.
이날 승리로 경남은 대전, 그리고 같은 시각 전남과 경기를 펼쳐 1-1 무승부를 거둔 서울이랜드FC와 나란히 승점 39를 기록했지만 다득점에서 가장 앞서며 준PO 진출권의 주인공이 됐다. 단번에 3위로 오르면서 25일 단판으로 열릴 준PO를 홈에서 치르고, 비기기만 해도 수원FC와의 플레이오프에 진출 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설 감독이 중요한 일전에서 출전 경험이 부족한 도동현을 선발로 내세운 건 그의 공격적인 성향 때문이다. 경기 후 설 감독은 중계방송 인터뷰에서 대전전 승리 전술을 묻는 질문에 “공격적인 선수를 배치했다”며 “무조건 이겨야만 올라가는 상황이라 공격적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시즌 3위와 준PO 진출은 이번 시즌 프로 감독 데뷔전을 치른 설 감독에게 꽤나 의미가 큰 성과다. 설 감독은 “처음 프로 감독을 하다 보니 내가 생각한 것과 준비했던 것에 차이가 있어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준PO 경기 당일)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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