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9경기 9골…'인생 시즌' 예고
손흥민(28) 자체가 조제 모리뉴(57) 토트넘 감독의 부임 1주년 선물이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오스트리아 원정에 합류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우려를 안고 소속팀이 마련한 전세기를 타고 복귀한 손흥민이 음성 판정 후 나선 첫 경기에서 화끈한 결승골을 터뜨렸다. 모리뉴 감독이 지난해 토트넘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처음 치른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에서 ‘모리뉴 체제’ 첫 골과 3-2 승리를 선물했던 손흥민이었기에 그의 ‘1주년 기념포’는 더 뜻 깊었다.
손흥민이 2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1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9라운드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홈 경기에서 전반 5분 만에 탕귀 은돔벨레(24)의 날카로운 침투 패스를 페널티 박스 바깥쪽 정면에서 이어받아 선제 결승골을 꽂아 넣었다. 지난달 27일 번리와의 6라운드 이후 리그 3경기 만에 득점포를 가동한 손흥민은 리그 9번째 골을 기록, 이날까지 8골에 그친 모하메드 살라(28ㆍ리버풀), 제이미 바디(33ㆍ레스터 시티), 도미닉 칼버트 르윈(23ㆍ에버턴)에 일단 한 발 앞서며 득점 단독 선두를 맛봤다.
토트넘은 이날 2-0 승리를 거두고 모든 팀 중에 가장 먼저 승점 20(6승2무1패) 고지에 오르며 나란히 9경기를 소화한 첼시(승점 18)를 제치고 단독 선두를 찍었다. 9라운드를 남겨둔 3위 레스터 시티(승점18)의 결과가 반영되지 않은 순위지만, 모리뉴 감독은 경기 후 BBC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튿날 2위로 내려갈 수 있지만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며 “(토트넘이)진화했다는 것이 매우 행복하다”며 기뻐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은 우리가 여기(1위)에 올 거라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우리는 우승 타이틀을 놓고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모리뉴 감독 말대로 그가 토트넘을 맡은 지 1년 만에 토트넘은 눈에 띄게 진화했다. 그가 부임했던 지난해 11월 20일만 해도 토트넘은 2019~20시즌 EPL 14위에 머물며 강등권 추락을 걱정할 정도로 망가져있었다. 손흥민도 팀의 주축 공격수로 자리잡긴 했지만 리그 12경기에서 3골에 그치며 활약이 미미했던 시기다. 그러던 손흥민은 11월 23일 웨스트햄 전에서 모리뉴 감독 체제에서의 첫 골이자 자신의 리그 4호골을 터뜨렸고, 시즌 종료 시점까지 11호 골을 기록하며 4시즌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팀도 코로나19로 리그가 4개월여 중단되는 변수 속에 6위까지 뛰어올랐다.
모리뉴 체제에서 살아난 손흥민은 이번 시즌 들어 유독 펄펄 날고 있다. 영국 매체 ‘풋볼365’는 최근 ‘모리뉴와 손흥민’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엄청난 에너지와 승부욕을 보유한 손흥민은 완벽한 모리뉴 스타일의 선수”라며 “어쩌면 손흥민이 평생 모리뉴를 기다렸을 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13년동안 이어진 토트넘의 우승 가뭄을 끝낼 열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직 10라운드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5시즌 연속 리그 두 자릿수 득점을 눈 앞에 둔 손흥민이 득점왕과 우승을 함께 내다볼 수 있는 ‘인생 시즌’을 기대해볼 수 있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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