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 임용시험 하루 앞두고 추가 확진자 폭증
수험생들 "격리되면 어쩌나", "포기할 수도 없고"
중등 임용시험을 하루 앞둔 20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대형 임용고시 학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30명 이상 발생하면서 수험생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험을 미뤄야 한다는 의견부터 응시 포기를 고민하는 수험생이 나오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 사이에선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연기한 것처럼 임용고시도 연기해야 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전파 우려 때문이다.
한 수험생(20****)은 임용고시 관련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감염병 전파가 제일 잘 되는 겨울에 그리고 시험 직전에 이러한 문제까지 터졌는데 생존권을 위협하면서까지 시험을 강행하는 이유는 뭐냐"고 문제제기했다.
이 글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게 뻔히 보인다. 가서 시험보면 복불복으로 코로나19 걸려서 집단감염이 이뤄질 거다"(집****), "임용고시가 제 2의 신천지 사태가 될 수도 있는데 하루 전이든 이틀 전이든 안전을 위해 유연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dn****), "당장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2주는 연기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dl****) 등 연기를 요구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이날 노량진발 추가 확진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왔던 시험 연기 청원도 힘을 받고 있다. 청원인은 전날 "저 또한 하루라도 일찍 지긋지긋한 수험 생활을 끝내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급격히 코로나19가 확산하는 만큼 임용고시는 연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수험생들이 전국 각지로 이동해 시험을 본다는 점과 교실에서 점심을 먹어야 하는 점 등을 들며 시험 강행의 위험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확진자 접촉·감염 우려 확산… 일부는 "자가 격리 하겠다"
올해가 첫 응시인 수험생들은 더 마음이 무겁다.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시험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해가 첫 응시라는 한 수험생(화****)은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위험을 무릅쓰고 시험을 보는게 맞는 걸까. 본인도 모르게 감염된 사람도 있을 수 있지 않냐"고 토로했다.
경기 지역에서 첫 임용고시를 치르는 수험생 김모(27)씨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1년에 딱 한번 보는 시험인데 실전 경험이 중요하다보니 응시를 포기하긴 어렵다"며 "1~2주 경과를 지켜본 뒤 시험을 치르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한 임용고시 관련 익명 커뮤니티에는 "안그래도 전공 (공부가) 미흡하다고 느꼈는데, 가족에게 민폐 끼치기 싫어서 시험 포기했다", "부모님이 편찮으셔서 불효하느니 안 가기로 했다" 등 시험을 포기한 이들도 등장했다.
2차 시험은 내년 1월 중순에 있기 때문에 11월 말~12월 말이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이에 시험을 보고 난 뒤 자가 격리를 우려하는 반응도 다수다. "시험장에서 확진자와 같은 층에 있으면 접촉자로 격리될 텐데 2차 시험 준비는 끝나는 건가"(어****), "방구석에서 인터넷 강의를 보면서 혼자 2차 시험 준비해야 하는 거냐"(ki****) 등이다. 시험장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주변에 전파할까봐 시험이 끝나면 자발적으로 격리하겠다는 수험생들도 있었다.
물 섭취나 점심 식사 등을 위해 여러 수험생들이 있는 공간에서 마스크를 벗는 것 또한 걱정이다. "칸막이가 있는 급식실에서 먹는 것도 아닐텐데 그냥 안 먹고 버텨볼까", "시험 전에 먹고 들어가고 시험장에서는 물만 약간 마시커나 초콜릿 먹을 거다", "일찍 일어나서 뭐라도 먹고 가고 (음식을) 안 챙겨 가려고 한다" 등의 글이 익명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21일 임용시험은 계획대로 실시될 예정이다. 다만 시·도교육청은 고사장 방역을 강화하는 한편 집단감염이 발생한 고시학원 이용자와 접촉자 등에게 진단검사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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