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DC "추수감사절엔 집에 머물러야" 새 지침
프랑스·독일 등 크리스마스까지 봉쇄 연장 전망
미국의 최대 명절 추수감사절(26일)과 유럽 최대 명절 크리스마스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겨울 확산세가 사실상 통제불능 상태로 치달으면서 가족 모임을 고리로 한 추가감염 우려가 커지면서다. 미국 보건당국은 추수감사절 기간 여행 자제를 권고했고, 유럽 주요국들은 최근 잇따라 발동한 봉쇄령을 크리스마스 시즌까지 이어갈 전망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9일(현지시간) '추수감사절 기간 여행·외출을 하지 말라'는 새 방역 지침을 발표했다. 헨리 웰케 CDC 코로나19 담당자는 추수감사절을 일주일 앞두고 이 같은 지침을 발표한 데 대해 "코로나19 신규 감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지역 간 전파 우려가 커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미국에선 최근 한달 새 200여만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누적 사망자 수도 25만명을 넘어서는 등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입원환자 수 폭증으로 일부 지역은 의료체계 붕괴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미국은 한국의 현충일에 해당하는 5월 하순 메모리얼데이와 7월 4일 독립기념일, 9월 초 노동절 연휴 등에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됐다. 보건전문가들은 추수감사절의 경우 어느 때보다 많은 여행객들이 이동하고 날씨가 추워 야외모임 대신 실내모임이 많기 때문에 확진자 폭증 가능성이 이전 연휴 때보다 더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사협회(AMA)·병원협회(AHA)·간호사협회(ANA) 등 3대 의료단체는 이날 "추수감사절을 책임감 있게 축하하라"는 대국민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크리스마스를 한 달 남짓 앞둔 유럽의 방역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유럽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은 적극적인 소비활동으로 경제 전반이 활기를 띄는 시기이면서 동시에 영적인 성찰의 계기라는 특별한 의미도 있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유럽 각국이 엄청난 골칫거리인 크리스마스 방역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는 최근 전국에 걸쳐 내린 두 번째 봉쇄령을 내달 1일까지 이어갈 방침인데, "평소와 다른 크리스마스가 될 것"(장 카스텍스 총리)이라면서도 크리스마스 연휴 시기의 방침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일단 필수 사업장으로 분류된 슈퍼마켓 등에선 20일부터 크리스마스 트리가 판매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지를 얻기 어려운 '가족 모임 금지' 지침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의무 사이에서 어느 한 편을 선택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곤혹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2일부터 4주간 부분 봉쇄에 들어가면서 "크리스마스에는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주에 주(州)지사들과 만나서는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겨울 행사를 금지하는 새로운 규제 조치에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뉘렌브르크주 일부 도시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취소했다. 옌스 스판 보건장관은 "12월뿐 아니라 이번 겨울 어느 시점에도 큰 결혼식이나 생일, 크리스마스 파티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에선 보건당국과 각 지역정부 간에 크리스마스 방역 계획이 논의되고 있다. 수도인 마드리드시정부는 코로나19 진단검사 확대를 검토 중이고, 카탈루냐자치정부는 내달 21일부터 현재 6명으로 제한한 모임 인원을 가족 구성원에 한해 10명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살바도르 이야 보건장관은 "이번 크리스마스가 지난해와 같지 않음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라며 "국민이 희망을 품지 않도록 하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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