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서? 세계 무대서 같은 시기 활약한 지도자 평가
포린폴리시 "지도자 대부분, 오바마 존경 못 받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시카고의 거친 사조직 우두머리 같다"고 평가했다. 새로 발간된 회고록 '약속의 땅'에서다. 그는 대통령 재직 중 함께 세계 무대에서 활동했던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에 대해서는 "잔뜩 과장된 수사법을 구사하는 사람"으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정직하고 지적인 사람"으로 기억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 대해 "핵을 보유하고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을 쓸 수 있는 점만 빼면 시카고 부패의 상징인 '정치머신'과 뉴욕의 정치적 사조직 '태머니홀'에서 활동했던 이들과 닮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자신의 핵심 참모였던 데이비드 액셀로드 전 백악관 선임고문이 푸틴 대통령의 인상을 물었을 때 "그는 갈취·뇌물수수·사기·폭력을 합법적인 거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자신의 좁은 활동 구역 밖으로 나가지 않는 거친 남자들을 떠올리게 한다"고 답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나와 다른 부류의 사람과도 사업상 협력할 수 있다고 여기다가도 결국은 그를 믿을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와는 잘 어울렸던 것으로 기억했다. 그는 캐머런 전 총리에 대해 "인생에 큰 역경이 없어 자신감이 넘쳤다"고 묘사했다. 다만 그의 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혹평했다. "재정긴축 정책으로 영국 경제는 더욱 악화됐다"는 이유에서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에 대해선 "그는 감정을 자주 폭발시키고 과장된 수사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며 "프랑스 유명 화가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의 작품에 나오는 인물 같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르코지와의 대화는 재미있다가도 짜증날 때가 있었다"면서 "어떤 주제든 자신이 중심에 서고 공로를 인정받고 싶어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가 유럽 전체는커녕 프랑스를 위한 명확한 계획도 준비되지 않은 순간에도 자신에게 "내가 메르켈 총리와 논의 중이니 걱정 말라"고 말했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또 다른 권위주의 지도자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 대해선 "내 요구에 무리없이 화답해 줬다"면서도 "조금이라도 불만이 있거나 모욕을 받았다고 느끼면 목소리가 한 톤 상승해 스타카토처럼 짧고 날카롭게 변했다"고 적었다.
메르켈 총리에 대해서는 "안정적이고 정직하며 지적으로 엄격하고 친절한"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고상한 언변과 말솜씨 때문에 처음엔 그를 회의적으로 여겼다. 선동을 잘하는 인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독일 지도자의 선동에 대한 혐오는 건강한 것이라고 생각해 불쾌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출간된 오바마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이미 90만부 가까이 팔렸다. CNN은 "책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동맹국 지도자들에 대한 관대하면서도 날카로운 인물 스케치가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가 만난 외국 지도자들을 솔직히 평가하고 있다"며 "많은 경우 그들이 오바마 전 대통령의 존경을 받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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