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이샘 목프로덕션 대표 "베토벤 현악4중주에 담긴 성스러운 기도 느껴보세요"

입력
2020.11.22 09:00
0 0

편집자주

일요일 오전을 깨워줄 클래식 한 곡 어떠세요? 클래식 공연 기획사 '목프로덕션' 소속 연주자들이 '가장 아끼는 작품' 하나를 매주 추천해 드립니다. <끝>


루트비히 판 베토벤

루트비히 판 베토벤


"10여년 전 마음 속으로 깊이 존경하던 소중한 사람을 잃으면서 삶의 동기가 사라진 적이 있었어요. 내면의 자긍심이 됐던 이가 떠나자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세상이 원망스럽고 낙심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 노부스콰르텟이 무대에서 연주하는 이 곡을 들었죠."

국내 클래식계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 중인 기획사 목프로덕션을 이끄는 이샘 대표에게 베토벤 현악4중주 15번(작품번호 132)은 그런 무게감으로 남아 있다. 심연으로 가라앉은 이 대표를 끌어올린 구원의 노래였다.

베토벤은 1825년 이 곡을 쓰면서 2악장까지만 작업을 하고, 완결을 짓지 못한 채 병마와 싸우게 된다. 가까스로 병상에서 회복한 베토벤은 그래서 3악장부터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써내려 갔다. 이렇게 완성된 현악4중주 15번은 모두 5악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연주시간이 50분에 달하는 대작이다.

베토벤이 부활한 뒤 쓴 3악장에는 '병에서 회복한 자가 하나님께 드리는 리디아선법의 감사 기도'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때문에 이 대표는 "악장 별로 아름다움과 깊이를 설명하자면 끝이 없지만, 3악장을 빼놓고 이 곡을 논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대표는 "3악장의 성스러운 기도를 듣고 있다보면 누군가가 나를 일으키는 힘을 느낄 수 있다"며 "베토벤의 영적인 후기 작품들 중에서도 특히 신을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배경 덕분에 이 작품은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요즘 시대에 시의성이 크다. 이 대표는 "어려운 시기에 음악을 한다는 것이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음악에는 치유의 힘이 있고, 절망에 빠져 있는 우리를 일어서게 만드는 희망이 담겨 있다"고 했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 대표는 하겐콰르텟과 벨체아콰르텟이 연주한 베토벤 현악4중주 15번을 추천했다. 이들은 현존하는 최고의 현악4중주단으로 꼽히는 만큼 깊이감이 남다른 베토벤의 해석을 들려준다.

22일 이 대표는 한국일보와의 '선데이 모닝 클래식' 연재를 마무리하며 "앞으로도 연주자들과 함께 삶의 모든 것을 바쳐 공연을 올리고, 관객의 영혼을 다독이겠다"고 말했다.


이샘 목프로덕션 대표

이샘 목프로덕션 대표


장재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