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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은 없다

입력
2020.11.20 18:00
수정
2020.11.21 08:1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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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괴한 논리로 김해신공항 백지화?
약삭빠른 여당, 얼? 빠진 야당 농락
영남권 분열시켜 정치적 이득노려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 간 감정의 골이 충분히 깊어지고 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동래파전 뒤집듯 뒤집을 것”이라고 주장했다.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 간 감정의 골이 충분히 깊어지고 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동래파전 뒤집듯 뒤집을 것”이라고 주장했다.뉴스1


느닷없이 김해신공항이 백지화했다. 4년 전 해외 용역까지 발주해 결론을 지었다가 갑자기 없던 일로 만들어 버렸다. 초대형 국책사업이 하루 아침에 뒤집히는 희귀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정부가 해괴한 논리를 들이댄 김해신공항의 백지화는 선거를 겨냥한 정치 놀음에 다름없다.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물론,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신공항은 ‘정치공항’으로 전락했다. 신공항이 정치의 볼모가 되면서 건설 여부조차 불투명해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신공항 건설은 목표가 아닌 수단에 불과한 것이 명확하다. 일단 김해신공항 백지화로 판을 흔들고 가덕도를 새 후보로 지목하는 혼돈을 연출했다. 영남권 분열과 갈등을 촉진하면 정치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정작 신공항 입지에 대한 합리적 논의는 실종 상태다.

동남권 신공항은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띄운 이후 엎치락뒤치락하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공항 정치가 계속되는 한 신공항은 건설될 수 없다. 다시 결정이 되더라도 다음 정부가 뒤집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정치권이 국민 편익보다 선거에 눈이 멀어 있으니 이런 황당한 문제가 발생한다.

최근 수십 년 동안 공항은 정치적 산물이었다. 무안, 울진공항 등은 정치인의 이름이 별칭으로 붙어있다. 앞으로도 신공항뿐 아니라 새만금 울릉 흑산공항 건설이 추진될 것이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 얼마나 많은 공항이 필요한 것인가. 이미 상당수 공항은 적자 투성이로 ‘세금 먹는 하마’다. 15개 공항 중 흑자를 내는 곳은 인천 김포 김해 제주공항뿐이다. 공항을 짓다말고 배추밭으로 쓰는 곳도 있다.

그럼에도 공항 건설에 대한 유혹은 계속된다. 지역 숙원사업이라는 이유로 정치권이 공항 유치에 앞장서고 있다. 공항은 국비로 지어지기 때문에 지역의 부담은 거의 없다. 반면 지역 건설경기 활성화 등의 낙수효과는 큰 편이다. 그러니 일단 유치만 하고 나면 이용객이 있든 없든 오불관언이다. 그래서 공항 대부분이 엄청난 적자를 내고 있다. 더욱이 인구는 줄어드는데 이용객이 늘어날 리 만무하다.

정치판에서는 프레임이 핵심이라는 것이 이번에 다시 드러났다. 가덕도신공항은 야당을 분열시킬 수 있는 꽃놀이 프레임이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권력형 성추행 사건을 지역 발전 논쟁의 프레임으로 덮어 버릴 수도 있다.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부터 성추행 프레임은 자취를 감추고 신공항 프레임이 떠오를 것이다. ‘오거돈 신공항’ '노무현 신공항' 공방은 이미 시작됐다.

여당의 교묘한 전략에 말린 야권에서는 영남권 분열이라는 자중지란이 일어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행정수도 이전안을 꺼냈을 때도 야당에서는 충청권과 수도권이 분열했다. 얼빠진 야당이 약삭빠른 여당에 철저히 농락당하고 있다. 정책의 타당성 여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전략이나 전술의 미명하에 정치판에서 통할지는 몰라도 국민에게 결코 용납이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절차적 부당성이다. 이번 정부는 예상외로 절차적 정당성을 왜곡하고 짓밟는 일이 잦다. 감사원은 월성1호기 폐기 문제도 절차적 정당성에서 불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민주주의가 규정하는 개념을 절차적인 부분에서 잘 소화하고 있다면 어느 정도 민주주의가 실현되었다고 보는 것이 ‘절차적 민주주의’다. 그만큼 절차와 과정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요소 중 하나다. 절차가 잘못되면 언젠가 심판을 받는다는 것을 이전 정권의 국정농단사건 등에서 충분히 봤을 것이다. 김해신공항 백지화 사태도 다를 바 없음을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조재우 에디터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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