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겸 방송인 낸시랭이 이혼 승소 후 진중한 고민을 담은 작품을 선보였다.
낸시랭은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진산갤러리에서 초대전 '스칼렛 페어리'와 관련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며, 오랜만에 취재진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스칼렛 페어리'는 지난 3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진행되고 있다. 상처를 치유해주며 꿈을 이루어주는 요정의 콘셉트인 ‘스칼렛 페어리’를 주제로 하며, 다양한 하이퍼리얼리즘 오일페인팅 신작들과 함께 낸시랭의 시그니처 작품인 터부요기니(Taboo Yogini) 캔버스 혼합재료 작품을 포함한 총 17점을 선보인다.
한 여성으로서 자신이 겪은 극심한 가정폭행과 포르노 리벤지 협박, 사기 결혼, 이혼녀 등의 사회적 낙인 찍힘을 통해 그 아픔을 ‘여성’이라는 약자의 입장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하게 된 낸시랭 작가는 같은 경험을 겪고 있는 전세계 여성들의 삶과 사회적 위치에 대한 물음을 담은 ‘스칼렛’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이날 낸시랭은 "올해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와중에 미술계 역시 일정 취소 및 온라인 진행 등 새로운 형태를 맞게 됐다. 그런 가운데 제 개인전 오프닝을 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개인전이 기대되는 아티스트가 될 수 있도록 작품에 몰두하고, 신작을 공유하고, 아트를 즐기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혼 후 작품으로 복귀했다는 점에서 낸시랭은 이날 "요즘 얼굴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듣는데 서류상으로 3년 만에 이혼이 확실하게 판결이 난 덕분인 것 같다. 족쇄가 풀린 기분이고, 속 시원하다. '귀신은 안 무서운데 사람은 무섭다'는 말이 생각 난다"는 심경을 밝혔다. 또한 "저희는 재산분할청구를 한 적이 없다. 이혼과 위자료 소송만 진행했고, 100% 승소한 것"이라고 판결 내용에 대해 설명하면서 "위자료를 받을 수 없어도 전 남편의 나쁜 짓에 대한 반증"이라고 이야기했다.
미혼 여성을 위한 메시지로 낸시랭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웃픈' 얘기지만 풍파를 겪은 언니 같은 마음에서 하는 말"이라고 말했다.
활발한 작품 활동을 약속한 만큼 낸시랭은 "긍정적인 영향 끼치는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오랜 꿈이다. 앞으로도 그런 팝 아티스트가 되겠다"고 전했다.
홍익대 미대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낸시랭은 2003년 베니스비엔날레가 열리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마르코광장에서 빨간 란제리를 입고 바이올린을 켜는 퍼포먼스로 주목받았다. 이어 루브르미술관의 디렉터 드미트리 살몬이 기획한 프랑스 앵그르 미술관 ‘앵그르 인 모던’전(2009)에 초대받아 전시했고, 세계적인 패션그룹과 함께 비디오 작품(2005), 미국의 유명 록그룹 린킨파크 워너뮤직과 캔버스 페인팅 작품(2003) 등 아트 컬래버레이션도 활발히 펼쳤다. 이후 주목받은 퍼포먼스 작품으로는 2010년 런던에서 ‘유나이티드 킹덤 오브 낸시랭 - 거지여왕 Beggar the Queen’(2010), 미국 마이애미와 이스탄불, 싱가포르에서의 ‘스칼렛 Scarlet’(2019) 등이 있으며, 다수의 그룹전과 함께 개인전 22회를 개최했다. 이밖에도 CF와 광고 모델로 활동하고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중과 소통 중이다.
지난 2018년 10월 낸시랭은 2017년 12월 혼인신고를 했던 전준주(가명 왕진진)에게 폭행과 감금을 당했다며 특수폭행, 성폭력범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 12개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이혼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지난해 4월 15일 이혼소송을 법원에 접수했다. 올해 9월 10일 서울가정법원 가사6단독 조용희 판사는 낸시랭이 전준주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 선고기일에서 일부 원고 승소 판결했다. 뉴시스 등에 따르면 법원은 전준주가 유책 배우자(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사람)임을 인정해 낸시랭의 이혼 청구를 인용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전준주가 일부 위자료를 낸시랭에게 줘야 한다고도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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