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시금치는 익혀 먹어야 제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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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시금치는 익혀 먹어야 제맛이다

입력
2020.11.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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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용재 음식평론가가 토요일 격주로 식재료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은 아무도 몰랐던, 식재료를 제대로 대하는 법을 통해 음식의 기본을 이야기합니다.


시금치가 제철이다. 1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연일읍 중명리에서 노부부가 지역 겨울 특산물인 시금치를 수확하고 있다. 포항=뉴스1


시금치하면 뽀빠이, 뽀빠이하면 시금치다. 뽀빠이는 E.C. 세거에 의해 1919년 처음 등장했다. 애인인 올리브 오일을 위험에 빠트리는 연적이자 맞수 부르투스에 맞서다 힘이 달리면 통조림을 손으로 짜다시피 눌러 열어 시금치를 먹는다. 그리고 힘을 내 상황을 정리한다. 뽀빠이의 활약 덕분에 1930년대 미국에서는 시금치 소비량이 30%나 늘었다고 한다. 텍사스주의 시금치 재배 농가에서는 동상까지 세워 뽀빠이를 기렸다.

뽀빠이도 멋있고 동상도 좋은데 그의 시금치는 우리의 기준으로 보면 좀 슬프다. 시금치 통조림은 약간의 과장을 보태 사료 같다. 푹 익어 흐물거리는 게 시금치 나물과 비교하면 같은 식재료가 맞나 싶을 정도이다. 바람이 쌀쌀해지면 본격적으로 등장해 겨울이 시금치의 제철이라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재배 기간을 줄이고 수확 시기를 앞당겨 그렇다.

원래 시금치의 제철은 2월 말~3월 초의 봄이다. 여름에도 자라는 시금치가 있기는 하지만 이파리가 크고 줄기가 긴 서양종이고, 겨울부터 봄까지 먹는 종류는 짧고 땅에 달라 붙는 동양종이다. 이파리가 뾰족한 동양종은 해가 길어지면 꽃대가 올라와 씨앗을 만드는데 에너지를 소비하므로 상품가치가 없어진다. 따라서 해가 짧아 꽃대가 올라오지 않는 가을과 겨울에 재배를 한다.

시금치를 즐기려면 큰 고민을 두 가지 해야만 한다. 첫 번째는 건강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건강에 좋을 것만 같은 식재료가 시금치이고 정말 그런데 복병이 하나 있다. 시금치의 수산염이 신장결석을 형성할 수 있다. 하버드를 필두로 미국 유수 대학의 의과대학 홈페이지를 검색해 보았다. 신장결석에 대한 정보에는 무조건 시금치 이야기부터 나온다. 식물 가운데서도 시금치가 수산염 함유랑으로는 단연 1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석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면 시금치는 피하는 게 좋다.


시금치의 수산염이 신장결석을 형성할 수도 있지만, 익히면 수산염 섭취를 줄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결석 유발' 시금치 기피해야 할까

그러나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는 격언이 있듯 무조건 시금치를 배척부터 해야 하는 건 아니다. 몇 가지 생각해 볼 지점이 있다. 첫째, 나의 결석이 수산염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 수산염 결석이 전체의 75%를 차지하니 대다수이기는 하지만 25%의 확률로 아닐 수도 있다. 그런 경우라면 결석이야 치료가 필요하지만 시금치를 배척하지 않아도 된다. 둘째, 시금치를 아예 안 먹으면 수산염 섭취가 줄지만, 그만큼 결석 예방에 도움되는 섬유질도 적게 먹을 가능성이 높다. 셋째, 시금치를 익히면 수산염 섭취를 줄일 수 있다. 서양에서는 어린 시금치 이파리를 샐러드로 잘 먹고, 이런 경향 탓에 결석과의 관계를 강조한다. 다른 종의 시금치를 대체로 익혀 먹는 우리의 현실과는 조금 다르다. 결석 예방에는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좋다니 참고하자.

두 번째 큰 고민은 손질과 관련 있다. 밑동을 자를 것인가 말 것인가? 우리는 거의 100% 시금치를 송이째 익혀 반찬을 만드는데 무슨 상관일까? 직접 시금치를 익혀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시금치의 모든 이파리가 밑동에 붙어 있는 채로 익히는 게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시금치의 줄기를 살펴보면 안쪽으로 단면이 초승달 모양으로 굽어 있는데, 그 공간에 모래가 붙어 있다. 물에 담갔다가 씻으면 상당 부분 털어낼 수 있지만 줄기가 붙어 있다시피한 밑동의 모래는 남아 있다가 식사 때 우리를 괴롭힐 수 있다.

한편 순수한 조리의 관점에서도 밑동은 살짝 골칫거리이다. 우리가 먹는 시금치는 대체로 뻣뻣한 편이니 줄기가 한데 모인 밑동은 꽤 딱딱하다. 뿌리 바로 위이므로 단맛이 좀 더 강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줄기나 잎과 같은 속도로 익지 않으니 결국 좀 덜 익게 된다. 시금치의 완결성을 지키는 대가로는 때로 거슬릴 수 있다.


딱딱한 시금치 밑동에서 1㎝쯤 위를 칼로 썰어내면 먹기 좋게 손질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시금치 손질 요령

그럼 밑동을 잘라버리고 손질하면 되는 것 아닐까? 맞는다. 다만 그렇게 마음을 먹는 순간 가지런하게 모인 자아내는 시금치의 아름다움은 사라져버린다. 이파리가 낱낱이 흩어져 버려 시금치가 쓸쓸해진다. 하지만 그 대가로 좀 더 깔끔한 손질과 고른 조리를 누릴 수 있으니 마음을 굳게 먹고 한 번 시도해보자. 시금치가 철사 등으로 가지런히 묶여 있다면 몇 갑절은 더 편하다. 밑동에서 1㎝쯤 위를 칼로 썰어낸다. 한 번의 칼질로 다발 전체의 밑동을 썰어낼 수 있으니 절대 먼저 철사를 풀지 말자.

이제 싱크대에 밑동을 자른 시금치를 넣고 철사를 풀어준 뒤 물을 받는다. 마개가 헐거워서 싱크대에 물을 받을 수 없다면 큰 냄비나 볼을 쓴다. 시금치 전체가 잠길 때까지 물을 받은 뒤 1~2분 둔다. 시금치가 물에 잠겨 있는 채로 두 손으로 잡아 가볍게 서너번 흔들어 준 뒤 채에 받친다. 싱크대 바닥에 깔린 모래가 보일 것이다. 물을 빼고 모래를 개수대로 흘려 보낸 뒤 같은 과정을 되풀이한다. 모래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두세 번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채에 받쳐 좀 두거나 채소 탈수기를 써 물기를 완전히 뺀다. 멍들거나 짓무른 이파리를 골라낸 뒤 키친 타월을 두른 밀폐용기나 지퍼백에 담아 냉장고에 둔다. 5~7일은 싱싱하게 두고 쓸 수 있다.

결석 염려가 없으며 이파리의 뻣뻣함도 크게 걸리지 않는다면 시금치를 얼마든지 날로 먹어도 좋다. 레몬즙 혹은 사과(사이더) 식초와 올리브기름을 3:1의 비율로 섞고 다진 마늘과 소금을 적당량 더해 만든 비네그레트에 버무리면 먹을만한 샐러드를 금방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한국의 제철 시금치는 익혀 먹어야 제맛이다. 적당히 부드러워질 뿐만 아니라 단맛도 더 살아난다.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시금치를 익히는 서로 다른 요령을 적어도 네 가지는 꼽을 수 있다. 간편한 순서대로 하나씩 살펴보자.


시금치는 익혀야 적당히 부드러워지고 단맛도 더 살아난다. 게티이미지뱅크


시금치 익히는 요령

첫 번째는 뜨거운 물을 끼얹어 익히기이다. 시금치를 싱크대 혹은 보울에 담고 팔팔 끓인 물을 붓는다. 뜨거운 물의 열기만으로 시금치의 숨이 적당히 죽는다. 물이 여전히 뜨거울 테니 손보다 집게로 시금치를 건져 채에 받쳤다가 물기를 뺀다. 참고로 물기가 균일하게 빠지지 않으므로 시금치를 두 손 사이에 둥글게 뭉쳐서 누르지 않는다. 일단 채에 받쳐 대부분의 물기를 걷어낸 뒤 도마 위에 키친 타월을 한 겹 깐다. 그 위에 익힌 시금치를 한 켜로 고르게 올린 뒤 키친 타월을 한 겹 올려 손바닥으로 가볍게 누른다. 시금치를 어떻게 익혔든 물기는 같은 요령으로 뺀다.

두 번째는 씻고 남은 물기로 익히기이다. 앞에서 살펴본 요령으로 씻은 시금치를 바로 넓고 납작한 소테팬이나 프라이팬에 담아 불에 올려 숨이 죽을 때까지 익힌다. 세 번째는 찜인데, 완만하게 익힐 수 있어 시금치의 과조리를 막을 수 있다. 대나무 찜기나 스테인리스 스팀 찜바구니에 담아, 보글보글 끓는 물 위에 올려 익힌다. 마지막으로 본격적인 데치기가 있다. 끓는 소금물에 담가 익히는데, 물기를 완전히 빼고 다져 라자냐나 크로켓, 파이 등의 서양 요리에 쓰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고려하지 않아도 좋다.

이렇게 시금치를 즐길 준비가 끝났다. 숨이 죽도록 익혀도 엄청나게 부드럽거나 맛의 표정이 연약한 녹채가 아니므로, 시금치는 조금 과감하다 싶게 맛을 내도 좋다.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가, 특히 어린 시절에 시금치를 그다지 맛있다고 느끼지 못한 이유는 맛을 과감하게 내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시금치와 잘 어울리는 맛내기 재료 혹은 요령을 살펴보자.


시금치 맛을 잘 내려면 짠맛의 존재감이 확실히 느껴지게 소금을 써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단 모든 음식과 맛내기의 기본인 소금부터 짚고 넘어가야 순리이다. 시금치는 짠맛을 꽤 잘 받아들이므로 간을 다른 채소보다 좀 더 세게 한다. 맛을 보았을 때 시금치의 짠맛이 시금치의 단맛을 뚫고 나오는 듯하다가 여운을 너무 길게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정도로 간을 해보자. 달리 말해 소금과 짠맛의 존재감이 확실히 느껴져야 시금치도 더 맛있어진다.

다음으로는 마늘인데, 식용유나 올리브기름에 서서히 익혀 단맛을 최대로 뽑아내 쓴다. 팬에 좋아하는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달구지 않은 상태에서 중간 굵기로 다진 마늘을 원하는 만큼 올려, 약불에서 서서히 익힌다. 마늘이 투명해질 때까지 익으면 기름과 함께 시금치에 더해 버무린다. 신맛으로 균형을 잡아주고 싶다면 단맛을 좀 내는 발사믹이나 상큼한 사과(사이더) 식초를 쓴다. 마지막으로 참기름은 시금치와 찰떡궁합이므로 다른 나물을 버무릴 때보다 좀 더 넉넉하게 쓴다.


제철인 시금치로 밥을 지어 먹는 것도 시금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시금치밥

시금치가 제철일 때 간단히 지어 즐길 수 있는 밥 레시피를 소개한다. 솥밥이 최고지만 일반 냄비에 지어도 좋다. 참기름을 더하면 양식이, 파르미지아노 치즈를 더하면 양식이 된다.

4인분

준비: 15분 조리: 30분

시금치 600g

버터 40g

쌀 350g

갓 갈아낸 파르미지아노 치즈 40g (선택)

참기름 1큰술 (선택)

소금

끓는 소금물 500mL에 시금치를 5분 삶아 건진 뒤 물기를 최대한 짜내고 다진다. 시금치 삶은 물은 둔다. 팬에 버터 절반을 녹이고 시금치를 더해 약불에서 5분 볶는다. 시금치 삶은 물을 부어 15~18분 동안 약불에서 밥을 짓는다. 불을 끄고 뜸을 들은 뒤 남은 버터를 더해 밥 전체를 포크로 잘 섞어준다. 시금치를 얹고 파르미지아노 치즈나 참기름으로 마무리해 먹는다.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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