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받기도 바쁜데…어떻게 일일이 테이블 간격을 띄우고 마스크 쓰라고 말하나요."
19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 직원 윤모(53)씨는 마스크만 간신히 낀 채 분주하게 음식을 날랐다. 음식점은 오전 11시40분부터 테이블을 가득 메운 직장인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손님들은 음식을 먹는 동안만 마스크를 벗는 게 원칙이지만, 대부분 자리에 앉자마자 마스크를 벗었고 직원들도 크게 제지하지 않았다. 테이블 간 1m 거리 두기나 아크릴판을 세워둔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윤씨는 "코로나로 이미 손님이 줄어든 상황에서 테이블을 더 빼내기도 어렵다"고 한숨을 쉬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수도권과 광주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가 실시된 첫날, 현장의 방역수칙은 가게마다 천차만별이었다. 감독이 강한 프랜차이즈 음식점·카페 등은 대체로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켰지만, 일부 개인 사업장은 마스크 착용 고지도 하지 않는 등 소홀한 모습을 보였다.
주요 프랜차이즈 업장이나 번화가의 대형 업장들은 전날 저녁부터 일찍이 혹시 모를 단속 대비에 들어갔다. 서울 중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직원은 "거리두기 1단계 때부터 지속적으로 테이블 간 간격 1m 유지 등 방역수칙을 지키고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식당 점장 김모(36)씨는 "거리두기 2.5단계 때도 한밤중에 구청 직원이 단속을 온 적이 있다"며 "이번에도 그럴 것 같아 0시가 되자마자 테이블을 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식당이나 거리에서는 평소와 다름없이 시민들로 붐비는 등 거리두기 강화를 체감하기 어려웠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1번출구 인근은 이날 0시가 지난 이후에도 시민 40~50명이 거리를 지나며 2차 회식 장소를 찾고 있었다. 친구들과 강남을 찾은 김모(27)씨는 "퇴근 후 친구들과 회식을 왔다"며 "1.5단계 격상이 됐다는 뉴스를 듣긴 했는데 구체적인 변화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업주들도 강화된 방역수칙에 난감하다는 반응이었다. 강남의 술집 매니저 이모(42)씨는 "1.5단계가 실시됐다고 해서 테이블을 조정하진 않을 계획"이라며 "어차피 손님이 적어 자연스레 거리두기가 되니 떨어져 앉을 것을 안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한 헌팅포차 직원 김모(25)씨는 "입장 인원을 따로 체크하지 않고 있다"며 "춤추는 것이 금지됐다고 안내해도 제 자리에서 춤을 추는 손님들이 있는데 직원들이 어떻게 전부 제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헀다.
방역수칙을 지키고 있는 업주들도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에 한숨부터 쉬었다. 강남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김모(52)씨는 "손님이 나간 뒤 소독을 하고 30분간 방을 비워두고 있긴 하다"면서도 "코인노래방은 회전률이 생명인데 인원도 제한하고 방도 비워야 하니 매출이 나올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강남의 한 유흥주점 직원도 "춤추기가 금지돼 아예 발라드만 틀고 있고 영업시간도 단축할 계획"이라며 "코로나19가 확산되지 않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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