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키퍼 GM 해외사업본부 대표, 한국 철수 가능성 시사
노조 파업 이달 말까지 지속 시 한국GM 생산 차잘 2만2,300여대 추산
한국GM 협력사 "살고싶다, 살려달라" 호소
한국GM의 노사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노조의 연쇄 파업 강행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GM 본사에선 대규모 투자 보류에 이어 '한국 철수'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2년전 군산공장 폐쇄의 악몽에 사로 잡힌 한국GM 협력사들은 '생존권 사수'를 외치면서 거리로 쏟아졌다.
한국GM 협력업체 모임인 '협신회' 소속 100여명은 19일 오전 6시20분부터 2시간 가량 인천 부평공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더 이상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유동성이 취약한 협력업체는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빠지고 한국GM 부품 공급망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살려달라”고 외쳤다.
지난달 30일부터 노조의 부분파업과 잔업ㆍ특근 거부로 지금까지 쌓인 한국GM의 생산 차질은 약 1만8,400여대에 달했다. 최근 노조가 네 번째 부분파업과 잔업ㆍ특근 거부를 20일까지 연장하면서 손실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노조가 이달 말까지 추가 파업을 지속할 경우 생산 목표 대비 51%의 손실이 발생하고, 피해 규모는 총 2만2,300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미 올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6만2,000여대의 생산차질이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 누적 피해는 8만5,000여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GM본사도 바빠졌다. 한국GM의 피해가 심각해지자, GM 미국 본사에선 한국시장 철수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스티프 키퍼 GM 해외사업부문 대표는 전날 로이터통신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노조 문제가 몇 주 내에 해결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지속된 파업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어렵게 하고, 경쟁력 없는 국가로 만들고 있어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성과주의’를 최고 가치로 내세운 GM의 경영방침을 고려할 때 키퍼 대표의 경고가 노조 압박용 이상의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2013년 이후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접은 GM은 △호주ㆍ태국ㆍ인도네시아 공장 철수 △러시아 생산 축소 △남아프리카공화국 쉐보레 브랜드 철수 △미국 오하이오ㆍ미시간ㆍ메릴랜드 공장을 폐쇄했고 인도와 태국 생산기지도 매각한 바 있다.
협력사들의 가장 큰 우려도 GM의 한국 철수다. 2018년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로 1차 협력업체 5,700명(35개), 2차 협력업체 5,000명(101개사) 등 1만2,9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협신회는 “올해 트레일블레이져 출시와 함께 희망을 품고 시작했는데 뜻하지 않는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으로 우리의 희망을 잔인하게 짓뭉개 버렸다”며 “하반기에는 생산이 증산되는가 싶었는데 한국지엠의 임단협 타결 지연으로 생산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한국GM이 생산하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형제 모델인 뷰익의 ‘앙코르GX’는 한국 부평1공장에서만 생산돼, 전세계에 수출되고 있다. 특히 미국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현재까지 10만대 이상 수출됐다. 같은 기간 내수판매량(1만5,412대)보다 7배 가량 많은 규모다. GM 본사에선 부평공장 생산능력을 인정하고 차세대 글로벌 모델 ‘C-CUV’ 파생모델 생산을 위해 1억9,000만 달러(약 2,150억원) 투자를 계획했지만 노조의 계속된 쟁의 행위로 일시정지됐다.
문승 협신회 회장은 “임단협을 즉시 타결 하지 않으면 유동성이 취약한 협력업체들은 부도에 직면하는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며 “지금도 협력업체는 전기세는 물론이고 직원들 급여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실정이고, 2ㆍ3차 협력업체들은 사업을 포기하고 반납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편 한국GM은 이번 임단협에서 올해 임금을 동결하고 내년 기본급 2만2,000원 인상과 올해 및 내년 성과급ㆍ격려금 등의 명목으로 총 700만원 지급 대안을 제시했다. 반면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과 통상임금의 400%에 600만원을 더한 성과급(평균 2,000만원 이상) 지급, 부평2공장 신차 배정 등을 고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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