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밀도가 아니라 불평등이다.”
‘서울 해법’은 서울이 ‘옳은 도시’가 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질문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다. 건축학부 교수답게 저자가 내놓는 솔루션은 ‘좋은 건축’이다. 결론에 닿기 위해 책은 서울의 건축이 예전에 어땠고 지금 어떻고 앞으로 어때야 하는지 차근차근 훑어간다.
부제처럼 서울은 ‘블랙홀’이다. 코로나19는 높은 밀도의 위험성을 폭로했다. 하지만 절망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불평등과 불균형이고, 관건은 ‘밀도의 질’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서울 재(再)프로그래밍’는 여기서 출발한다. 핵심은 ‘적정 가격 주택’의 공급 확대와 과잉 공급된 ‘유비쿼터스 근생(상점 등 근린생활시설)’의 재구조화다. 특히 근생의 축소는 어차피 일어날 일이다. 비대면 가속화 촉매인 코로나 때문이다.
서울 강남ㆍ비강남 간 불균형 해소와 주거ㆍ상업 공간 재구조화의 최적지로 저자는 강북 역사 도심을 꼽는다. “청계천 이북은 보존 재생하고, 이남은 청년과 신혼 부부가 살 수 있는 공공주택을 많이 지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제언이다. 저자는 역사 도심을 바라보는 시각을 문화유산에서 주거와 산업 생태계로 전환하라고 주장한다. “서울의 역사 도심은 살고 일하고 소비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젊은이들이 매력을 느끼고 살아야 새 산업이 창출되고 활력이 살아난다. 역사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저자가 주목하는 다른 선택지는 대규모 유휴 부지다. ‘소셜믹스’는 하나의 단지 내에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섞어 사회ㆍ경제적 배경이 다른 주민들이 어울려 살게 하는 방안이다. 도시 양극화와 주거난 해소에 필요하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서울에서 공공임대주택 건설은 지역 이기주의 도전에 부딪혀 있다. 반면 대규모 유휴 부지에선 토지 소유자인 협상 대상자와 거시적 스케일에서 미시적 디테일까지 소셜믹스 방법을 협의할 수 있다.” 서울시를 향한 조언이다.
정보가 많은 책이다. 1부 ‘땅’에서는 역사 도심, 격자형 조직 강남, 목동 신시가지, 주택 재개발ㆍ재건축 지역 등 네 가지 서울 도시 조직을 해부했다. 2부 ‘제약’에서는 땅과 법, 용적률, 시간과 비용, 건축 방언 및 버내큘러(vernacularㆍ평범한 집을 짓는 데 사용하는 지역 양식) 등 네 가지 조건이 어떻게 건축에 동력, 압력, 제한으로 작용하는지 분석했다. 3부는 방의 구조, 근생, 주차장 등 서울 건축에 나타나는 세 가지 관성을 다뤘다. 4부는 지속 가능한 바람직한 도시 서울을 위한 세 가지 ‘명제’다.
건축에 대한 통찰로 가득하다. 결국 저자가 겨냥하는 독자가 자기 같은 건축가여서인 듯하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도록 국가대표를 집단 양성하는 선수촌보다 보통 시민이 운동할 수 있는 생활 체육 공간이 골고루 있는 도시가 옳은 도시”라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평가 받는 건축가는 소수를 위한 ‘명품 건축’보다 대중에게 좋은 건축을 남긴 사람들”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서울 해법
- 김성홍 지음
- 현암사 발행
- 360쪽ㆍ2만5,000원
‘도시 건축 3부작’의 완결편 성격이다. 저자 김성홍 서울시립대 교수는 ‘도시건축의 새로운 상상력’(2009), ‘길모퉁이 건축’(2011)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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