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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내치기

입력
2020.11.18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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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8일 오전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화상으로 마칸 델라힘 미국 연방검찰 반독점국장과 카르텔 형사집행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검찰청 제공

윤석열 검찰총장이 18일 오전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화상으로 마칸 델라힘 미국 연방검찰 반독점국장과 카르텔 형사집행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검찰청 제공

1988년 5월, 13대 국회가 6월 항쟁에 힘입어 헌정사상 처음 여소야대 지형으로 개원했다. 검찰총장 임기를 2년으로 정한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된 것은 그해 12월 31일부터다. 개정법 부칙 조항에 따라 법 발효 직전 12월 6일 임명된 김기춘 검찰총장이 임기제의 첫 수혜자가 됐다. 공안검사 출신 총장이 민주화 열망이 만든 임기제 덕분에 자리를 유지한 건 아이러니다.

□임기제 이전 검찰총장 21명은 평균 1년10개월 재임했다. 이중 정치근(81.12.16~82.5.21)씨가 재임 5개월로 최단명이고, 최장수는 7년6개월 재임한 신직수(63.12.7~71.6.3)씨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이 사단장 시절 법무참모 출신으로, 법무부 장관과 중앙정보부장을 역임했다. 신씨처럼 퇴임 후 법무부 장관이 된 총장이 절반이 넘는 13명. 권력에 잘 보이면 다음 자리가 보장되는 걸 아는 총장들이 정권 입맛에 맞게 수사를 지휘하는 건 당연했다.

□검찰총장 임기제는 검찰이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환골탈태하라는 국민적 주문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임기제의 ‘정치적 독립’ 취지를 검찰 권력 강화의 방어벽으로 삼았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후 검찰의 개혁 저항은 오만하고 기고만장한 검찰 위세의 절정을 보여 주었다. 윤석열 총장의 철저한 검찰주의자로서의 행보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윤 총장의 자진사퇴를 압박 중이다.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총장 파면ㆍ해임은 어렵다. 더구나 임기제 도입 배경과 취지를 감안하면 여당이 이를 훼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방법은 하나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에 대한 불신임과 실망감을 나타내는 것이다. 선례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나는 검찰 조직의 상층부를 믿지 않는다”고 하자 당시 김각영 검찰총장이 즉각 사퇴한 바 있다. 다만 윤 총장을 극찬했던 문 대통령의 권위 훼손과 위법 논란이 부담이다. 그러나 추미애-윤석열 충돌극의 장기 방치와 침묵은 무책임하다. 두 사람을 물러나게 하되 그동안의 사태에 대해 사과로 매듭짓는게 어떨까 싶다. 어떤 선택이든 정치적 부담은 있을테니.

황상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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