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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절기 경고해놓고…"한발 늦었다" 비난 듣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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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절기 경고해놓고…"한발 늦었다" 비난 듣는 정부

입력
2020.11.19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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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유행 초기 "겨울 대유행 준비" 강조해놓고
섣부른 거리두기 완화·호흡기클리닉 미비 상태
전문가들 "늦은 정도 아니라 아예 기대 못할 수준"

18일 오후 광주 서구 한 초등학교에 임시 선별진료소가 설치돼 학부모가 담장 밖에서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이 학교 재학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전교생과 교직원 전수 검사가 이뤄졌다. 연합뉴스

18일 오후 광주 서구 한 초등학교에 임시 선별진료소가 설치돼 학부모가 담장 밖에서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이 학교 재학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전교생과 교직원 전수 검사가 이뤄졌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다 바이러스가 퍼지기 좋은 겨울에 다시 대유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른 엄밀한 준비와 대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4월 20일, 정은경 당시 질병관리본부장)

올해 1월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동절기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고, 정부 또한 그 필요성에 적극 공감했지만 막상 들이닥친 현실은 참담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겨울철에는 확진자가 없어도 방역을 강화해야 하는 시기"인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을 미적거리는가 하면, 연내 500개소를 마련하겠다던 호흡기전담클리닉 설치도 더디게 이뤄지고 있어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칫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 모두 잃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날이 춥고 건조해지는 겨울철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생존에 최적화된 계절이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위기대응분석관도 지난 5일 브리핑에서 "보통 호흡기 바이러스는 더 춥고 건조한 환경에서 안전성이 높아진다"며 "(겨울은)다른 계절보다 바이러스 생존에 유리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분석관은 또 "가을부터 공기가 건조해지고 일교차가 커지면서 사람의 몸은 적절한 저항력을 갖추지 못하게 되고, 바이러스가 가장 먼저 접촉되는 점막이 건조해져 병원체 침입이 조금 더 용이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추워지면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 3밀(밀폐·밀접·밀집)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점도 감염 위험성을 높인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의 특성을 고려해 줄곧 1단계로의 단계 완화에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해왔지만, 정부는 지난달 12일 개편전 거리두기 1단계(50명 미만) 기준을 충족하지 않았음에도 단계를 조정(2→1)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겨울철 대비를 위해선 국내 발생이 사실상 0에 가까워질 때까지 기다린 뒤 단계를 조정했어야 하는데 (개편전 거리두기)1단계 기준에 채 미치지 못함에도 섣불리 내린 게 화근"이라며 "자칫 해외처럼 폭발적인 증가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호흡기전담클리닉 설치도 지지부진하다. 호흡기전담클리닉은 보건소 등 공공시설이나 동네 의원에서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 진료를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다. 호흡기질환은 대체로 증상이 비슷해 이들이 뒤섞이면 의료현장의 혼란이 커질 수 있어 우선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서 질환을 구분한 뒤 각각에 맞는 곳으로 보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16일 기준 전국에 설치된 호흡기전담클리닉은 60개소에 불과하다. 정부는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 교부 후 지자체별 사업수행기간 선정 등에 시간이 걸려 11~12월 내에 495개소가 설치될 것"이라 했지만, 전문가들은 한 발 늦었다고 지적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시설만 갖춘다고 될 일이 아니고 전문인력도 투입돼야 하는데 그게 하루 아침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올해는 늦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기대를 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만에 하나 코로나19 환자와 아닌 환자가 뒤섞이면 의료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고, 최악의 경우 코로나19 환자는 물론, 긴급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 다른 질환의 환자들이 밀려나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엄 교수는 "겨울에는 원래도 환자가 많은데 여러 질환의 환자들이 몰려오면 진료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긴급히 치료해야 하는 중증환자 진료공백이 발생할 수 있고, 자칫 의료시스템이 붕괴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중환자병상 확보도 여전히 지역편차가 크다. 17일 기준 전국 중증환자 전담 치료병상은 138개이지만, 이 중 입원 가능 병상은 62개에 불과하다.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고 있는 강원지역은 가용 병상이 1개뿐이다. 이창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환자병상관리반장은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60%가 채 되지 않아 아직은 문제가 없다"면서도 "최근 중환자들이 늘고 있어 추가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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