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전세난 해결책의 하나로 서울 시내 호텔을 사들여 세를 놓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이미 유사한 사례가 실패한 적 있는데다 리모델링을 한다 해도 1~2인실이 대부분일 가능성이 높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텔까지 언급할 만큼 정부가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방증이라는 해석도 있다.
응급 대책 위해 비주거 건물까지 활용?
18일 당정에 따르면, 정부는 19일 단기간(내년 상반기)에 매입·전세임대 등 공공임대를 최대 10만가구까지 공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세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중 매입임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주택을 사들여 임대로 제공하는 주택이다. 전세임대는 입주 희망자가 전세 물건을 구해오면 LH 등이 대신 전세계약을 맺고 재임대하는 형태다.
정부는 특히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직접 건물을 사는 매입임대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주택뿐 아니라 준주택(고시원·오피스텔)은 물론, 비주택까지 매입대상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오피스텔과 상가 주택을 전월세로 공급하거나, 최근 관광사업 위축에 따라 호텔방을 주거용으로 바꿔 전월세로 내놓는 내용이 포함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비주택의 사례로 호텔이나 상가를 언급한 것이다.
이태원 크라운호텔 등 후보로 거론
사실 이런 구상은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거종합계획에는 대학가나 역세권에 있는 노후 고시원과 숙박업소를 리모델링해 1인가구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는 내용이 있다. 구체적으로 △노후모텔 △업무시설 △학원 등이 당시 열거됐다.
정부는 1인 가구뿐 아니라 3~4인 가구 거주용으로 호텔이나 공장, 상가까지 매입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당장 매입할 수 있는 건물이 꽤 있는 상황"이라며 "개보수까지 6개월 이내에 주택 공급을 완료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텔을 대규모로 리모델링하면 3~4인 이상의 장기 거주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를 감안하면 소규모보다는 큰 호텔이 매입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선 매물로 나온 이태원의 크라운호텔 등이 우선순위로 거론된다.
90%가 입주 포기... "이미 실패한 시도"
하지만 정치권과 전문가, 수요자 사이에선 부정적인 반응이 높다. 새 방법도 아니고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앞서 서울시는 종로구 숭인동 베니키아호텔을 개조해 올해 1월 238가구를 청년주택으로 공급했다. 그러나 높은 임대료 탓에 당첨자 90%가 입주를 포기했다. 1년 단위로 계약하는 이 주택은 전용면적(17~43㎡)에 따라 보증금 2,300만~8,740만원에 월 임대료 45만~87만원이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호텔 개조 시도는 이미 베네키아호텔 전환 실험에서 처절히 깨진 아이디어”라며 "지금 전세로 나올 인기 없는 호텔과 공장은 당연히 인기 없는 이유가 있는 것이고, 만약 전세가 안 들어오면 위험부담은 또 다시 세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런 지적에 정부와 서울시는 "베네키아호텔은 공공이 아닌 민간업체가 공급해 임대료가 높았고, 현재는 입주가 완료돼 빈 방이 없는 상태"라는 입장이다.
"호텔까지 쓸 정도로 해법 없는 상황" 지적도
과연 3~4인용 주택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도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호텔을 리모델링해도 내력벽을 허물 수는 없어 3~4인용 주택으로 개조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며 "복층으로 만드는 방법도 있기는 하지만 공급 물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영혼까지 끌어 모아야' 할 만큼 전세난 해결에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공급 총량을 맞추기 위해 그만큼 노력을 하고 있는 와중에 나온 고육책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위원도 "수도권에 127만호를 공급하겠다는 장기 대책은 내놨지만, 당장 공급 부족을 해결할 단기대책이 없으니 호텔이라도 활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론적으로는 6개월 안에 가능할 지 모르지만, 실제 결과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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