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수익 없어"… 불 붙여 동업자 부부 살해 60대 무기징역

재판부 "잔혹한 범행에도 뉘우치는 모습 없어"

대한민국 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투자금이 회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업자 부부의 몸에 불을 붙여 숨지게 한 60대에게 1심에 이어 항소심 법원도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는 18일 살인과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A(62)씨의 항소심에서 피고인과 검사가 낸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인간의 생명은 법이 수호하는 최고의 법익이자 가장 존엄한 가치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이유를 불문하고 용서할 수 없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잔혹하고 무자비한 범행을 저질러 피해자들을 살해했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A씨가 범행을 제대로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피해자들과 합의가 이뤄지지도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주취로 인한 심신미약을 주장했으나 항소심 재판부 역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지난해 11월 1일 오전 2시 48분쯤 동업을 하던 B(64)씨의 집에 찾아와 자고 있던 B씨와 아내(61)씨의 몸에 생수병에 담긴 휘발유를 끼얹고 휴대용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그는 이어 불을 끄러 나온 B씨의 딸(44)에게도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붙여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로 인해 심한 화상을 입은 B씨 부부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다발성 장기부전과 패혈증으로 숨졌고, 딸은 얼굴과 목, 양팔 등에 화상을 입었다.

A씨는 브로콜리 재배사업을 함께 하기로 하고 3억원 가량을 투자했으나 투자 수익금을 전혀 회수하지 못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