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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사태, 경영진이 안 보인다

입력
2020.11.19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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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에 대한 행정처분을 앞둔 지난달 나석채 전국언론노조 MBN 지부장이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경영진 책임을 묻는 1인 시위 중이다. MBN 노조 제공

MBN에 대한 행정처분을 앞둔 지난달 나석채 전국언론노조 MBN 지부장이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경영진 책임을 묻는 1인 시위 중이다. MBN 노조 제공


"이번 조치로 우리 사원들에게 고용 불안이나 복지 수준에 변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따라서 행정처분에 따른 각종 루머 등에 불안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로부터 '6개월 업무정지(방송 전부 중단)' 처분을 받은 지난달 30일 류호길 MBN 대표이사가 직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다. 류 대표는 종합편성채널(종편) 최초 허가 시 납입자본금을 편법으로 충당한 혐의로 지난 7월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경영진 중 한 명이다. 이번 사태에 책임있는 사람이란 얘기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나선 건 경영진이 아니라 노조다. MBN노조는 18일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여기서 △사장 공모제 △주요 임원의 임명동의제 △시청자위원회 추천 사외이사 도입 등의 내용이 담긴 쇄신안을 내놨다. 이 쇄신안의 키워드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다.

방통위는 승인취소 카드까지 검토했다. 하지만 현실론 때문에 물러섰다. 방송국 문을 닫게 하거나 대주주를 교체할 경우, 사업자의 일방적 폐업으로 노동자들이 길거리에 나앉은 경기방송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질 수도 있다. 건설자본이 대주주로 들어올 수도 있다. 이런 우려를 감안해 물러선 것이 업무정지다.

이 강력한 경고카드는 경영진을 향한 것이어야 하지만, 당장 일터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MBN 노동자들만 속이 타들어가는 모양새다. 정작 책임을 지고 해법을 내야 할 경영진은 어디에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나석채 전국언론노조 MBN 지부장은 이날 긴급토론회에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알려지고 경영진이 유죄 선고를 받는 동안에도 회사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재발을 막고, 회사와 구성원을 살리기 위해서는 인적 쇄신, 경영 혁신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경영진이 우리 제안에 아직 대답이 없다"거나 "대주주 설득이 가능할지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경영진은 빨리 응답해야 한다. 노동자 뒤에 숨을 게 아니라 제 살 깎아내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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