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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항모와 핵잠 침몰시킨 공범들

입력
2020.11.18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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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항공모함ㆍ핵추진 잠수함 도입 검토”?
?서욱 국방 발언 1시간 뒤 예산전액 삭감
?한반도ㆍ남중국해 충돌기운 감당되나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지난 10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안무함 진수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안무함은 2018년 9월 진수한 도산안창호함에 이은 장보고-Ⅲ급 배치(Batch)-Ⅰ 2번함으로,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건조한 함정이다. 연합뉴스

서욱 국방부 장관이 지난 10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안무함 진수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안무함은 2018년 9월 진수한 도산안창호함에 이은 장보고-Ⅲ급 배치(Batch)-Ⅰ 2번함으로,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건조한 함정이다. 연합뉴스


2차대전 당시 미국의 태평양 함대 및 해역 사령관을 지낸 체스트 니미츠. 미드웨이 해전 승리로 기울어 가던 전세를 단숨에 역전시킨 전쟁 영웅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필리핀을 중심으로 한 태평양 남서해역 지휘권은 육군의 맥아더에게, 하와이와 괌, 미드웨이를 비롯한 중앙해역은 해군의 니미츠에게 맡겼다. 표면적으론 태평양의 작전 범위가 워낙 넓어 나눴다고 했지만 실제론 서로의 지휘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육ㆍ해군의 뿌리깊은 갈등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맥아더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도 물러서지 않는 기개로 자신의 권위를 뽐낸 반면 니미츠는 서번트 리더십으로 부하들을 이끌었다. 맥아더는 연합군 총사령관으로서 전후 일본의 국가 개조를 이끌었지만 그의 명성은 딱 거기까지였다. 한국전쟁 도중 트루먼 대통령과 충돌해, 강제 예편당한 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을 격퇴한 주역은 맥아더가 아니라 니미츠라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다. 그래서일까. 미국은 50년 가까이 주력 항공모함에 그의 이름을 붙여 공적을 기리고 있다. 10만톤급 핵추진 항모 니미츠호가 1975년 첫 취역한 이래, 니미츠급 핵추진 항모 10척이 이 순간에도 전 세계 바다에서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항모 1척당 병력이 6,000명에 이르고 80~90대의 함재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니 웬만한 국가의 군사력을 능가한다. 2차대전 종전 후 팍스아메리카나 시대를 활짝 연 힘의 원천은 해군력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니미츠 사후 55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의 이름은 적들에게는 공포와 전율을, 동맹과 우방에는 평화를 상징하고 있다. 군사력이란 무릇 이런 것이다.


해군 제공

해군 제공


눈을 돌려 3면이 바다인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살펴보자. 서울에서 500여km를 사이에 두고 중국 일본 러시아가 있다. 단거리 탄도미사일 사정거리로 ‘지척’이다. 우리 정부는 대양해군 지향이라는 큰 그림하에 국방력을 강화하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도 최근 국회에 출석해 2033년 전력화를 목표로 4만톤급 경(輕)항공모함과 4,000톤급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핵잠 도입은 기실 노무현 정부 때 추진한 과업이다. 일명 ‘362사업’ 이다. 하지만 주변국 눈치보기 등 석연찮은 이유로 좌초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다시 불씨를 지피면서 도입 여론이 재점화됐다. 그러나 국방장관의 발언 후 불과 1시간 뒤 어처구니없는 보도가 이어졌다. 기획재정부가 경항모 예산 101억원을 타당성 운운하며 전액 삭감했다는 뉴스다.

입만 열면 북핵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위협을 거론하며 나라가 곧 망할 지경이라는 국방위 소속 의원들의 반응은 더 가관이다. 경항모 사업이 아예 불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니,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대비하라’는 국제정치학의 첫 장을 다시 펼쳐 보기 바란다. 임진왜란 직전 경상도 지역 산성을 보수하자는 상소문에 "평화로운 이때, 백성의 노역을 동원해 원망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는 고관대작의 말이 오버랩된다.

지금 한반도 주변 해상은 물론, 특히 남중국해 일대는 예측불허의 충돌 기운이 높아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자의 국방장관 후보 0순위로 꼽히는 미셸 플러노이는 “중국군 함대를 72시간 내에 침몰시킬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폭탄 발언을 꺼낼 정도다. 미국 인도 일본 호주가 참여하는 안보협의체 ‘쿼드’ 4개국도 중국을 겨냥해 합동 해상훈련 중이다. 대한민국의 해군력으로 이런 충돌 에너지를 감당할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

최형철 에디터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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