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전 원격수업 앞서 여기저기 일찌감치 '온라인'
"수시 면접 학생들 교사가 돌봐주기도 힘들어"
학원들도 절반만 현장강의…방역위기에 우왕좌왕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나고 난 이후 고3 교실 같습니다.”
경기지역 인문계 고등학교 A교장은 요즘 학교 풍경을 이렇게 말했다. 해당 학교는 이번주 기말고사를 실시해 고3 학생들이 100% 출석하고 있지만, 지난주까지 체험학습을 신청해 학교에 나오지 않은 고3이 한 반에 많게는 절반에 달할 정도였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무섭게 번지는데다, 몇 달 전 교내 확진자가 발생한 적이 있어 수능을 앞둔 학생들이 등교를 기피했기 때문이다. A교장은 “주변 학교 중 한 곳은 아예 등교한 고3을 대형 도서관에 모아놓고 수업을 한다더라”면서 “방역 관점에서 좋은 건 아니지만, 사교육에 큰 돈 못 쓰는 일반고는 등교수업과 원격수업 기간 모의고사 성적이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해서라도 면학 분위기를 만들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능(12월3일)을 2주 앞둔 18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00명을 넘으면서 전국의 수험생들이 술렁이고 있다. 감염을 우려해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고 집에서 혼자 공부하거나, 기숙학교·학원의 경우 반대로 ‘코호트 격리’ 수준으로 수험생 외출을 제한해 감염을 예방하고 있다.
확진자 확산으로 고3 등교 줄줄이 중지
서울 강남의 한 자립형사립고는 지난 12일부터 고3 수업을 전면 원격으로 전환했다. 이 학교 B교사는 “고3 등교 일수가 적어 지난주까지는 등교시키려고 했지만, 인근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와 어쩔 수 없이 원격으로 전환했다”면서 “강의 영상을 온라인에 올리고 있지만 학생들이 출석체크만 한 채 실제 영상을 보지 않고, 수능 취약 과목을 각자 공부하는 것 같다” 말했다. 수시면접 일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면수업이 어려워지면서 교사들은 진로 상담에 곤란을 겪기도 한다. B교사는 “당장 지난주 연세대, 이번 주말 고려대 수시 면접이 있다. 형식적이라도 학교가 면접 준비를 도와주는 부분이 있었는데, 원격수업으로 이마저 불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기숙사를 운영하는 전국 단위 고교는 1, 2학년 수업을 원격으로 전환하고 3학년 수험생들의 외출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수험생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고 있다. 지역의 한 자사고 학부모 C씨는 “본 거주지에서 수능을 볼 학생은 집으로 보냈고 나머지 수험생들은 도서실, 자습실 등에 분산시켜 자율학습을 시키고 있다”면서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 격리수준으로 수험생 외출을 제한시키고 있어 수능일 저녁에나 아이 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9일부터 거리두기 1.5단계가 적용되는 지역의 학원가는 격일·온라인수업에 들어간다. 1.5단계부터는 방역지침이 강화돼 시설면적 4㎡당 1명 이하 또는 책상 한 칸 띄워앉기 기준을 맞춰야 대면수업이 가능하다. 이영덕 대성학원 대성학력개발연구소 소장은 “내일(19일)부터 한칸 띄워앉기를 위해 격일 등원수업을 하기로 했다. 절반은 나와서 현장강의를 듣고 나머지는 집에서 원격수업을 듣는 형태”라고 말했다.
수능 일주일 전인 26일부터 학교와 마찬가지로 전면 원격수업이 권고된 터라, 입시학원들은 예년 수능 직전 마무리 강의를 이번주에 앞당겨 할지 논의 중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추가 확산세가 얼마나 심각할지 몰라 핵심 요약 강의를 금주에 당겨서 하고 원격 수업기간에는 휴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긴급 수능관리단 회의 소집
교육부는 이날 예정된 시도교육청 합동 수능관리단 회의를 차관 주재에서 부총리 주재로 승격시키고, 지역별 확진·격리 수험생 추세 분석에 들어갔다. 정부는 지난 13일 기준 확진 수험생을 위한 병원과 생활치료시설 29곳(120여 병상), 자가격리 수험생을 위한 별도시험장 113곳(3,800여명 수용)을 마련했고, 수험생 확진·자가격리 규모에 따라 추가로 시험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 조치의 효과가 나타나는데 대체적으로 1~2주가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수능을 2주 앞둔 시점에서 만반의 채비를 해야 한다”라며 “2주 동안은 더욱 각별하게 생활방역수칙을 지키고 수능 당일 시험장 앞에서 단체 응원같은 행동은 올해는 삼가고 마음으로만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