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산재 부끄럽다”…靑 “중대재해법과 무관”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최근 건설현장에서 잇따라 발생한 추락사고 등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는 데 대해 “대단히 부끄럽다”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의 최대 화두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처와대는 “무관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날 국무회의는 문 대통령이 심의 안건과 관련해 질문과 당부 사항이 많아져 안건심의에만 1시간 이상 걸렸다. 청와대는 회의가 길어진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아직도 산업재해로 노동자가 아까운 목숨을 잃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특히 건설현장 추락사고와 관련해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로 대단히 부끄럽지만 우리 산업안전의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건설현장 사망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져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을 두고 일각에서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힘을 실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지만 청와대는 선을 그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발언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법안과 관련이 없다”며 “산업안전 강화에 대한 것이고, 고(故)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하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국무회의는 문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심의 안건과 관련한 질문을 하는 데 1시간 이상을 썼다. 산업안전 외에 문 대통령은 중소기업 기술 탈취 예방을 골자로 하는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문 대통령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손해액 산정 방안에 관해 물은 뒤 “기업이 피해액을 입증하는데 애로가 많을 겁”이라며 “피해 기업이 쉽게 배상 받을 수 있게 입법과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해달라”고 지시했다.
유해물질 사용제한 제품 관련 안건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신제품 개발) 속도가 점점 빨라질 것”이라며 “뒤쫓아 가서 규정을 만들고 그때까진 공백상태로 있어선 안 된다”고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는 군 사격장 소음 피해 보상금 지급 제도 시행령과 관련 ‘주한미군이 포함되는지’, ‘아파치 헬기 사격장 문제도 해결 가능한지’, ‘소음 피해 문제는 시행령으로 보상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인지’ 등의 내용을 확인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는 아파트 단지 내 교통안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대상과 시설물 등에 관해 확인했고,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에게는 전 국민 대상 긴급재난지원금 중 미신청액 2,508억원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를 물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부터 ‘코리아 세일 페스타’ 성과를 보고 받은 문 대통령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지역 화폐’라는 용어를 공식으로 사용하느냐”고 물은 뒤 “(정부는) 공식 용어(지역사랑상품권)를 쓰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주문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다음달 1일 열리는 제19차 국제반부패회의(IACC) 개최 계획을 보고하자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 들어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가 2017년부터 3년째 상승하는 등 반부패 수준에 대한 국제평가 순위가 올라갔다”며 “이번 회의 개최를 계기로 반부패, 청렴성, 나아가 공정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심의 안건과 관련해 질문과 당부를 쏟아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청와대가 이를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질문하는 대통령 모습은 이례적이라기보단 일상적”이라면서 “하지만 지난 회의보다 안건이 많은 편이 아니었는데도 문 대통령이 민생과 관련한 안건 하나하나를 세밀히 점검 확인하고 당부하는 바람에 안건 심의에만 1시간 이상 걸렸다”고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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