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살맛 나는 세상을 위한 사람들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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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살맛 나는 세상을 위한 사람들의 관계

입력
2020.11.17 16:10
수정
2020.11.1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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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창섭
엄창섭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필자가 미국 유학을 가서 본격적으로 시작한 첫 연구 주제는 근신경연접의 분자구조적 형성이었다. 근신경연접은 신경돌기의 끝이 근육세포에 붙어서 정보를 신경으로부터 근육으로 전하는 장치다. 연구 내용을 간단히 말하면 운동신경세포와 근육세포를 같이 키워서 두 세포 사이에 근신경연접이라는 정보 전달 부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고 그 특성을 규명하는 것이다. 쉬워 보이지만 아주 작은 부위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려면 조직 표본을 0.1㎜보다 얇은 두께로 계속 깎아서 염색하고 확인해서 보고자 하는 부위를 찾아야 한다. 이 작업은 엄청 노동집약적인 일이라 시간도 많이 걸리고, 따분해서 요즈음 연구자들은 이런 연구는 잘 하려고 하지 않는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후에는 여러 사정으로 연구 주제를 근육모세포들이 합해져 근육세포를 만드는 과정으로 바꾸었다. 그러다가 근육과 관련된 연구로 연구비를 받기가 어려워서 내과를 전공하는 친구와 임상분야와 관련되고 비교적 연구비가 많은 헬리코박터의 위염 발생기전에 관한 연구를 하게 되었다.

근육세포와 신경세포가 만나면 처음에는 두 세포 표면에서 다양한 돌기들이 생기면서 서로 탐색을 한다. 그러다 신경세포의 끝이 근육세포의 어느 한 부위에 자리를 잡고 신경세포로부터 근육세포로 정보를 전달하는 연접 구조를 만든다. 이곳의 정보는 항상 한 방향으로 전달된다. 신경세포는 정보를 제공하고 근육세포는 그 정보를 따라 일을 하다 보니 신경세포가 근육세포를 지배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많은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는 특별한 관계가 없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계층이 생긴다. 학교 선후배이거나 직장 상사-부하일 수도 있다.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데도 권력, 돈, 지식 등 여러 요인으로 계층이 만들어진다. 모두 동등한 인격을 가진 사람들인데 어느 계층에 속했는가에 따라 사회적 지위나 대우가 달라지는 것이 당연시된다. 그리고 스스로를 선택된 소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기득권자들은 어느새 갑의 위치에서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려 든다. 그러다 보면 지도층에 속하는 사람들의 갑질이 심심찮게 뉴스에 나온다. 선출로 뽑힌 정치인들이 임기 동안 자신들을 뽑아준 사람들보다 더 높은 위치에 군림하려 하는 것도 같은 현상이라 할 것이다.

근육모세포들이 서로 만나면 서로 합쳐져 하나의 세포가 된다. 이를 융합이라 한다. 융합되는 세포의 수가 늘어나면서 근육세포 핵의 수도 늘어나고 크기도 커져 근육세포가 된다. 마치 서로를 너무 좋아해서 도저히 헤어질 수 없게 된 연인들을 떠올리게 된다. 헤어질 수 없으니 서로 같이 있고 싶어 하고, 그러다가 결혼을 한다. 두 남녀의 결혼을 통해 양가의 부모 친척들이 한 무리가 되고 둘 사이에 자식들과 자손들이 더해져서 근실한 가정을 이루어 간다. 또 가정은 아니어도 서로 도우며 사는 사람들도 있다. 요즈음 여러 가지 어려움 때문에 외로운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서로가 도우면서 마음으로 하나가 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헬리코박터 ©게티이미지뱅크


헬리코박터는 척박한 위 속에 사는 세균이다. 보통 때는 위상피세포의 틈새에 숨어서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지내지만 어떤 이유로 자신의 주위 환경이 변하면 위상피세포의 표면에 붙어 염증을 일으키고 위궤양을 만든다. 그 상태가 오래되면 위암이 된다. 서로 좋아하면서 잘 지내다가 어느 순간 틀어지면서 원수가 되어 서로를 괴롭히는 드라마 속에 흔히 등장하는 그런 관계가 아닌가 한다. 원수까지는 아니어도 잘 지냈는데 언제부터인지 거리가 멀어진 사람들도 있다. 소원해진 이유를 빨리 찾아내어 적절하게 해결하지 않으면 서로에게 큰 상처를 주는 사이가 될 수도 있다.

나는 내 주위의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하고 있을까? 나도 모르게 근신경연접의 신경세포처럼 근육세포를 지배하려고 하지는 않는지, 나도 모르게 헬리코박터처럼 내 주위를 아프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고 고칠 수 있는 것은 고쳐갔으면 한다. 힘들지만 근육세포처럼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 돕고, 서로 힘을 합하는 사이가 될 수 있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살맛 나고 행복한 곳이 되리라 생각한다.

엄창섭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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