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물로 공개 기존 해도 관련 결정만 부각
숫자로 표기하는 디지털판서 '일본해' 사라져
한국측? '동해 병기' 주장 의식한 과도한 평가
일본 정부가 17일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에서 현행 해도 작성의 지침인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에 일본해를 단독으로 표기하는 방안이 잠정 승인됐다고 주장했다. 일본해가 국제적으로 확립된 유일한 명칭이라는 근거라며 자화자찬한 것이다. 반면 한국 외교부는 총회에서는 S-23의 개정판인 S-130 작성을 합의했고 새 지침에서는 바다를 고유 식별번호로 표기하기 때문에 오히려 '일본해' 명칭이 사라지게 됐다고 반박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IHO 총회에서 S-23에 관한 사무국장 보고서가 논의됐으며 회원국에 의해 잠정 승인됐다"며 "동 보고서에는 국제적으로 확립된 유일한 명칭으로서 일본해를 수용한 S-23을 지금까지처럼 계속해 IHO 출판물에 공식적으로 이용 가능하다고 기재됐다"고 밝혔다. 한국이 외교 성과로 주목하고 있는 디지털판 해도(S-130)에는 숫자로 된 표기가 실린다고만 짧게 언급했다. 그는 "이달 말 최종 확정될 예정으로 일본 정부는 정식 채택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IHO에서 일본해 표기를 단독 사용하고 있는 지침을 이어가는 방안이 승인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와 언론이 현행 S-23에 집중해서만 보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외무성 간부는 "일본으로서 쟁취해야 할 부분을 확실히 쟁취할 수 있었다"며 "사무국장 보고서에는 '동해'라는 글자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은 일본 측 (일본해) 호소의 성공"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동해'나 '일본해'라는 명칭 대신 고유 식별번호로 해역을 표시하는 디지털판 해도 작성 결정에 대해선 "한국 여론을 일정 정도 배려한 IHO의 타협안으로서 부득이했다"는 정부 관계자의 입장을 소개했다. 다만 디지털판에는 모든 해역이 숫자로 기재되기 때문에 '일본해' 명칭을 둘러싼 문제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정부 내 분위기를 전했다.
도쿄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에 "일본 측이 디지털판 해도에 숫자로 표기하는 것을 뼈 아프게 생각할 것"이라며 "후발주자인 한국의 움직임을 경계한 나머지 과도하게 자의적인 평가를 내렸다"고 지적했다. 일제강점기인 1929년에 초판이 나온 S-23에는 '일본해'라고 표기됐다. 그간 일본은 이를 근거로 동해의 명칭이 '일본해'라고 주장했으나 한국은 1997년부터 국제무대에서 '동해' 병기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IHO는 한국 측 의견을 수용해 지난해 봄 이후 남북한, 일본, 미국, 영국 5개국 간 비공식 협의가 두 차례 열렸다. 다만 한일 간 이견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IHO는 디지털판 해도에 명칭 대신 고유 식별번호를 표기하는 방식을 제안하면서 절충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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