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금지 소수민족, 9개 지역서 선거 요구
수치 견제 위해 군부도 소수민족 주장 동의
총선에서 압승한 아웅 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2기 문민정부 구성 작업에서부터 벽에 부닥쳤다. 선거를 불과 20일 앞두고 ‘치안 불안’을 이유로 투표를 취소한 아라칸 반군 장악 지역에서 추가 선거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거세진 탓이다. 특히 반군과 충돌을 이어가고 있는 군부마저 이들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서 수치 고문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17일 미얀마타임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서부 라카인주(州)를 장악하고 있는 아라칸 반군연합(AA)은 앞서 현 정부의 결정으로 선거를 하지 못한 22개 지역 중 9개 지역에서라도 내달 말 추가 선거를 실시할 것을 요청했다. 수치 고문이 이끄는 여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전체 의석 476석의 83.2%에 달하는 396석을 차지하며 압승한 만큼, 소수민족들의 참정권을 지금이라도 보장해 달라는 취지다. 라카인주는 미얀마의 70%를 구성하는 버마족과 대치 중인 소수민족들의 집단 거주지로 선거 전에도 NLD가 승리하기 어려운 ‘절대 열세’ 선거구로 분류됐다.
소수민족들은 내년 초 구성될 2기 문민정부와 국회에 최소한의 대표자들을 참여시켜 정치적 타협 여지를 열어두겠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AA는 전날 “정치 공간이 없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며 “더 격렬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선 대화가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AA와 반목을 이어왔던 군부도 이번만큼은 “추가 선거에 동의한다”면서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NLD 독주로 여대야소 구도가 극심해진 이상 소수정당 인사들을 조금이라도 많이 국회에 입성시켜 거대 여당의 영향력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다.
추가 선거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연방선거관리위원회(UEC)는 즉답을 피하고 있다. UEC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수치 고문과 NLD가 여전히 국내외 여론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8일 실시된 총선을 두고 미셸 바첼레트 유엔 인권고등판무관 등 국제인권단체는 “소수민족의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수치 고문을 압박한 바 있다. NLD는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인권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가 자국에 미칠 영향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족통합 문제 외에도 수치 2기 정부 앞에 놓인 험로는 한 둘이 아니다. 대부분 민생 과제에 집중돼 있다. 현지 선거 감시단체 페이스(PACE) 설문조사 결과, 미얀마 국민 과반 이상(53%)은 차기 정부의 1순위 과제로 “정부 공공서비스 및 사회기반 시설 개선"을 꼽았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 해결(15%) △법질서 확립(13%) △민족갈등 종식(12%) 등도 강력하게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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