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조 유상증자 "주주가치 희석"?
17일 주가 7%대 급락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초대형 국적항공사 출범이 공식화된 가운데, 증권업계도 관련 기업들의 주가 향방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증권사들은 아시아나항공을 품게 될 대한항공의 목표주가를 '하향'하는 등 두 기업 간 '빅딜'을 일단 우려의 시각으로 보는 분위기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이날 '유상증자 끝나고 보자'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대한항공의 목표주가를 2만3,000원으로 제시했다. 지난 16일 종가(2만6,950원) 대비 15% 가까이 하락한 수준이다. 목표주가 하향의 가장 큰 이유는 대한항공의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이다.
전날 정부와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은 산은에서 지원받은 8,000억원을 대한항공에 대여하고, 대한항공은 이를 토대로 아시아나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서기로 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로 인한) 기존 주주들의 주당순이익(EPS) 희석 효과는 약 49.9%로 내년 추정 주당 순자산가치도 2만7,348원에서 2만906원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통상적으로 상장사가 유상증자에 나서면 주식 수가 늘어남에 따라 주주가치 희석이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
양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여객시장의 침체가 내년 상반기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초대형 항공사의 출범과 시너지 창출을 기대한 프리미엄 부여는 대규모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부여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불가피해질 부채 증가도 주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아시아나항공의 10조원에 달하는 부채 문제는 대한항공에 지속적으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한진칼 대주주인 3자연합의 향후 행보, 아시아나항공 무상감자 관련 내달 주주총회 등 이번 딜과 관련된 변동성도 확대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SK증권은 목표주가를 현행 2만4,000원으로 유지했지만 투자의견은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물론 세계 7위 규모의 초대형 국적항공사 탄생이란 의미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하나금융투자는 "자회사까지 포함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국제선 여객 점유율은 49%로 (이번 통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 효과 달성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대규모 유상증자로 지분가치 희석 우려가 발생함에 따라 이를 상쇄하기 위한 아시아나항공과의 시너지 등을 통한 기업가치 개선 담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11시 20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7.42% 하락한 2만4,950원에 거래가 진행 중이다. 전날엔 12.53% 급등한 2만6,95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신고가를 터치하기도 했다. 다만 외국인와 기관이 연일 물량을 팔아치우고 있어 향후 주가 향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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