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경매대가 반영, 5G 투자 규모에 따라 감액
5년 간 3.2조~4.4조원 수준에서 결정
이통사 "과거와 현재 주파수 가치 달라" 행정소송 등 검토
내년 만료될 2세대(G)·3G·4G 통신 주파수에 대한 재할당 비용이 5년 간 최대 4조4,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당초 이동통신 3사의 예상치보다 2배 이상 많은 규모로, 사업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세부 정책방안을 발표했다.
논란 일었던 '과거 경매대가' 반영하기로, 최대 4.4조원 책정
과기정통부는 내년 6월과 12월에 이용기간이 종료될 예정인 주파수 310㎒폭을 기존 주파수 이용자인 이통3사에게 재할당하기로 결정하고 올 초부터 경제·법률·기술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재할당 연구반을 구성했다. 연구반은 이통사 등 이해관계자에게 의견을 청취하고 최종 주파수 이용기간, 재할당 대가 등 세부 정책방안도 마련했다.
오용수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통신업은 자연독점이 큰 장치 산업으로 많은 국민에게 편익을 주고 산업에 혜택이 돌아가도록하는 차원에서 주파수 재할당은 국민 경제에 중요한 부분"이라며 "공공재를 사용하는 만큼 그 대가에 대해 당연히 국민을 대신해 신중하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재할당 대가를 둘러싸고 가장 큰 쟁점은 과거 경매대가에 대한 반영 여부였다. 이에 따라 할당 대가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통사에선 5G 개통에 따라 과거 주파수 가치가 떨어진 만큼, 과거 경매 대가를 그대로 반영하는 게 비현실적이란 입장이다. 전파법 시행령에선 경매 사례가 없으면 정부 산정식(예상 매출액 3%)에 따라 산정하고, 동일하거나 유사한 용도의 주파수에 대한 주파수 할당대가(과거 경매가)를 반영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재할당 주파수는 이미 시장에서 경매를 통해 가치가 평가된 주파수이므로, 기존 할당 대가를 참조하되 5G 도입 영향에 따른 가치 하락요인을 반영했다"고 기본 원칙을 설명했다. 특히 5G 서비스는 기술상 음성서비스, 커버리지 등에서 4G를 반드시 활용하는 만큼 기존 주파수의 활용가치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과기정통부가 책정한 과거 경매 대가는 5년 간 4조4,000억원이다.
다만 5G 가입자 확대에 따른 4G 매출 감소 및 단기적인 전체 네트워크 비용 증가 등의 이유도 반영해 조정기준가격도 첨부했다. 조정기준가격은 4G 주파수의 가치가 5G 투자에 따라 변동되기 때문에 5G 무선국 구축 수준에 따라 정해진다. 4G 전국망 구축에 15만개의 무선국이 설치된 것을 감안해 이통사가 5G 전국망 구축을 약속한 2022년말까지 15만개 이상 무선국을 설치할 경우 최대 27%를 할인(3조2,000억원)해준다는 방식이다. 결국 이통사의 재할당 비용은 3조2,000억원에서 4조4,000억원 사이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두 달만에 우사인볼트처럼 뛰라는 주문"
이에 대해 이통사에선 "과거 주파수 경매 때와 현재 갱신 때의 시장 상황과 가치는 완전히 달라졌는데도 기존 가격을 반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반박하면서 행정소송 조치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이통3사는 과거 재할당떄와 다른 기준을 적용하면서 사업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2016년 2.1㎓ 대역 40㎒를 재할당할 당시 매출액의 3%인 정부 산정식과 과거 경매 대가를 반반씩 적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게다가 정부는 이미 2018년 5G 주파수 경매 당시 이통3사에 5년간 4만5,000개 무선국을 설치할 것을 부과한 바 다.
김순용 KT 상무는 "경매에 참여할 때 이 가격이 향후 주파수 재할당할 떄 고스란히 반영된다면 어느 사업자도 경매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매가 끝나고 사후에 이런식으로 조건이 추가된다면 어느 사업자가 그 대역에 마음놓고 입찰을 받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과거 주파수에 대한 재할당 대가에 5G 투자를 연계한 방침도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상헌 SK텔레콤 정책개발실장은 "15만개라는 것이 4G를 8년 간 투자해서 확보한 수준"이라며 "여기 있는 이통사 임원에게 두 달 내 100미터를 우사인 볼트보다 빠르게 뛰지 못하면 수천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지시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과도한 재할당 비용에 5G 투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윤호 LG유플러스 상무는 "5G 기지국을 한 개 구축하는데 2,000만원 든다"며 "10만개 구축하는데 2조원이고, 여기에 할당대가까지 내야하는데 사업자가 감내할 정도로 부과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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