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현호'가 짧은 마무리훈련을 시작으로 공식 출범했다. LG가 창단 첫 프랜차이즈 감독을 선임한 건 구단 정통성 부활에 확고한 신념을 가진 이규홍 사장의 지속적인 노력의 결실이었다.
이규홍 사장은 2018년 부임 후 줄곧 LG 출신들과 유대 관계를 맺어 왔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정규시즌 개막전 행사에서 1994년 마지막 우승 멤버들을 대거 초청한 일이다. 방송사 해설위원 등 여러 LG 출신 인사들에게도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면서 구단의 미래를 설계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차기 감독도 LG 출신이 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중을 구단 안팎에서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고, 내부적으로도 자연스럽게 그런 공감대가 형성됐다.
LG는 아픈 역사가 시작된 2003년부터 이순철-김재박-박종훈 감독을 차례로 영입해 해태 현대 두산의 장점을 벤치마킹 해보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LG 출신은 아니지만 내부 승격이었던 김기태 감독이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이끌고 암흑기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다시 외부로 눈길을 돌렸다.
신임 감독 선임 때마다 프랜차이즈 출신 후보의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경험이 부족하다", "리더십이 약하다" 등의 이유로 외면했다. 김기태 감독의 성공 사례에서 보듯 감독은 얼마나 선수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드느냐가 최우선 덕목이다. 반복적인 실패에도 끊임없이 외부에 의존하다 보니 감독이 바뀔 때마다 모든 걸 새로 시작해야 하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LG가 외부 인사만 고집해 온 건 최고 인사권자였던 구본준 전 구단주의 성향과 무관하지 않았다. LG를 거쳐간 구단 고위층에 따르면 구본준 구단주의 신임 감독 인선 기준의 첫 번째는 '검증된' 인물이었다. 감독을 교체할 때마다 구단 수뇌부에게 "올해 계약 기간이 끝나는 감독이 누구냐"고 묻는 것이 가장 먼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LG 출신은 역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규홍 사장이 LG에 부임했을 때 프런트와 선수단은 "야구를 잘 아는 분이 오셨다"며 환영했다. 이 사장은 1984년 LG 기획조정실에 입사해 초대 구단주였던 고(故) 구본무 회장을 측근에서 보좌하면서 LG 야구의 전성기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다. 이후에도 직간접적으로 야구단과 인연을 이어가며 자천타천 준비된 사장이었다.
류중일 감독이 사퇴 직후 처음엔 여러 경로로 몇몇 외부 인사들이 감독 후보군에 오르내렸지만 최종 면접 후보들은 이 사장의 평소 신념이 반영된 LG 출신들로 좁혀졌고 그룹 최고위층의 재가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역대 사장들 중 가장 뛰어난 야구 식견과 뚜렷한 철학, 지난해부터 구단주대행을 겸하며 모기업의 신임을 얻고 있는 이 사장의 추진력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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