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6일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정책능력 검증은 공개로 하는 방향으로 청문회 제도를 바꾸기로 합의했다. 무용지물로 전락한 청문회를 손본다는 데 뜻을 같이 한 점은 평가할 만하나, 도덕성 검증에 소홀함이 없도록 보완책 마련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개선 TF를 꾸려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검토한 뒤 여야 합의로 처리하기로 했다. 참석자 대부분이 사생활이 지나치게 드러나는 공개 검증으로 인해 인선에 어려움이 많다는 데 공감했다고 하니 차후 법 개정 논의는 순풍을 탈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의회의 견제 차원에서 도입한 인사청문회가 그 기능을 잃어버린 지는 오래다. 야당이 되면 기를 쓰고 후보자를 낙마시키려 해 청문회가 의도적 망신주기의 장으로 변질되고, 그러다가 여당이 되면 후보자 감싸기에 나서 청문회가 요식 행위로 전락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도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가 23명이나 된다.
청문회를 이원화하는 것은 문 대통령이 지난달 국회를 찾았을 때도 피력했던 개정 방향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좋은 인재를 모시기가 정말 쉽지 않다. 청문회 기피 현상이 실제로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면 경험 많고 유능한 인재들이 인신공격이 두려워 공직을 기피하는 현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제도 개선이 도덕성 검증의 완화나 후퇴로 흐르지 않으려면 청와대의 사전 검증 시스템 강화가 함께 가야 한다. FBI를 비롯한 정부 기관들이 다단계로 철저히 도덕성을 검증하는 미국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도 과거처럼 사생활 침해 주장 뒤에 숨어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 소극적이어선 안 된다. 미국처럼 의회가 인준을 거부하면 대통령이 존중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도 청와대와 여당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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