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 방문 추진하다 한 달 미뤄
8월 이어 習 방한 조율... 코로나가 변수
韓日 접촉 확대... 中, '약한고리' 찾아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다음주 한국과 일본을 잇따라 방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견상 한중ㆍ중일 간 정상급 교류를 위한 사전 조율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선 이후 미국의 동맹인 한일 양국을 탐색하려는 의도가 짙어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16일 "왕 부장이 이달 말에 한국과 일본을 연이어 방문할 계획인데 24~25일 일본 방문 일정은 거의 확정 단계"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으로서는 한국을 먼저 들른 뒤 일본에 가는 방안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고 말했다. 우리 외교당국은 "왕 부장의 한국 방문 날짜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왕 부장의 방한이 성사되면 지난해 12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하지만 이번 방문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왕 부장은 지난달 11~15일 캄보디아·태국·싱가포르 등 동남아 5개국을 순방하면서 한국도 찾으려 했지만 막판 조율 과정에서 미뤄졌기 때문이다. 당시 한중 양국은 11월 방한으로 일정을 한 달 늦췄다.
중국은 앞서 8월 왕 부장보다 급이 높은 양제츠(楊潔?)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을 부산에 보내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회동했다. 당시 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조기에 성사시키자"고 합의했다. 따라서 왕 부장이 한국에 오면 정상외교를 위한 후속 협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아직 확연히 꺾이지 않고 있어 시 주석 방한 일정을 잡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200명을 웃도는 터라 한중 양국이 정한 마지노선(50명 이하)과는 거리가 있다. 시 주석은 2014년 7월 이후 6년 넘게 한국을 찾지 않고 있다.
이에 왕 부장의 방문 시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3일 미국 대선이 치러진 뒤 해외로 나서는 중국의 첫 외교사절이란 점에서다. 특히 동맹 간 공조를 통해 중국을 상대하려는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에 앞서 한일 양국이 고위급 교류를 통해 접촉면을 넓혀가는 상황이다. 중국으로는 탐탁지 않을 수밖에 없다. 중국이 왕 부장의 한일 순방을 통해 미국을 공략할 주변국의 '약한 고리'를 살피려는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다른 소식통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우선이라면 중국은 워싱턴에 먼저 사절을 보내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 정부의 고민은 깊어졌다. 당초 시 주석 방한을 성사시키려 노력했지만, '바이든 시대'를 맞아 한미동맹과 한미일 3각 협력 복원에 앞서 한일관계 개선이 선결 과제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외교가에서 한중 정상회담보다 한중일 정상회의가 자주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소식통은 "중국에 대한 열의가 예전 같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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