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백인으로 규정했던 이들, 흑인 정체성 찾기 시작
높아지는 다양성 관심·미국 인종차별 규탄 시위 영향
브라질에서 평생 스스로를 백인 또는 혼혈이라고 밝혀 온 이들이 흑인으로 인종적 정체성을 새로 규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조상을 기준으로 인종을 구분하는 미국과 달리 브라질에서는 피부색으로 정체성을 찾는 일이 흔해 인종 구분이 모호하다. 하지만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미국의 인종차별 규탄 시위의 영향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브라질에서 뿌리 찾기에 나선 이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브라질에서 오랫동안 스스로를 백인으로 여기던 이들이 가족사를 되돌아보고 흑인임을 밝히고 있다"며 "브라질의 인종 재구성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9월 시의원 출마를 선언하면서 평생 혼혈인 '파르두'로 알았던 자신의 정체성을 흑인이라고 밝힌 호세 안토니오 고메즈(57)의 사연을 소개했다. 고메즈는 "미국의 인종차별 규탄 시위를 보면서 플로이드에게서 나를 봤다"며 "이제야 스스로를 흑인으로 볼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고 밝혔다.
WP에 따르면 브라질은 아프리카 흑인 후손이 그 어느 나라보다 많지만 다양한 인종과 민족의 이민을 받아들여 혼혈의 나라가 되면서 '인종 민주주의'로 스스로를 묘사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인종차별 규탄 시위의 영향과 함께 인종 다양성 문제가 재조명되면서 인종 재구성이 이뤄지고 있다. 브라질지리통계연구소(IBGE) 조사에서 스스로를 백인으로 여기는 비율은 지난 10년 사이에 48%에서 43%로 낮아졌다.
자신의 인종을 표시하게 돼 있는 이날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 상황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확인된다. 2016년에도 출마했던 16만8,000명 후보자의 4분의 1이 이번 선거에서는 인종을 달리 표시했다. 백인이라고 밝혔던 1만7,000명은 혼혈이 됐고, 혼혈이었던 6,000명은 자신이 흑인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극단적인 변화에 대해 일부에서는 정당이 인종별로 선거자금을 균등하게 분배해야 한다고 판결한 최근 법원의 결정을 이용하려는 후보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그러나 이는 무엇보다 국가주의에 가려 인종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지 않았던 브라질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브라질 지도층이 인종 민주주의로 자부하는 것과 달리 브라질에는 엄연히 인종차별이 존재한다. WP는 "브라질에서 백인의 평균 수입은 흑인의 2배 가까이 되고, 지난해 경찰에 의해 사망한 5,800명 중 75% 이상이 흑인이었다"고 설명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