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왜 메탄이 이산화탄소보다 위험할까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지구온난화, 왜 메탄이 이산화탄소보다 위험할까

입력
2020.11.21 09:00
수정
2020.11.21 17:42
0 0
고재현
고재현한림대 나노융합스쿨 교수

편집자주

분광학과 광기술 분야를 연구하는 고재현 교수가 일상 생활의 다양한 현상과 과학계의 최신 발견을 물리학적 관점에서 알기 쉽게 조망합니다

러시아 북시베리아 바타가이카(Batagaika) 지역의 싱크홀. 너비 1km, 깊이 50m에 이른다. 메탄가스를 축적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매장된 가스가 폭발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BBC 유튜브 캡처

최근 몇 년간 기후 위기를 극명히 보여주는 현상들이 자주 보도되어 왔다. 대표적 온실 기체인 이산화탄소(CO₂)의 대기 중 농도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한다거나 소멸을 향해 다가가는 북극 빙하의 운명은 일부 예에 불과하다. 최근 시베리아를 강타한 이상 고온 현상과 거대한 산불은 이 지역 영구 동토층의 운명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북극 주변의 영구 동토층에는 오랜 시간 축적된 막대한 양의 동식물 사체가 언 상태로 저장되어 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의 진행에 따라 미생물에 의한 사체 분해가 촉진되면서 다량의 메탄(CH₄)과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시베리아에서 목격된 거대한 싱크홀들은 지하에 축적된 메탄 가스의 폭발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런 급격한 변화가 지역 주민의 삶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전 지구적 기후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비해 온실 효과가 더 강한 기체로 알려져 있고 대기 중 농도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지구의 대기는 대부분 질소(N₂)와 산소(O₂)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산화탄소나 메탄의 비중은 이들에 비하면 극히 미미하다. 필자의 지인 중에는 질소나 산소는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데 왜 이 극소량의 특정 기체들만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지 궁금증을 가지는 이들이 여럿 있었다. 그 이유는 빛과 분자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독특한 상호 작용 때문이다.

2014년 발견된 러시아 솔리캄스크(Solikamsk) 지역의 싱크홀. 시간이 지날수록 크기가 커져 주변 집들을 삼키고 있다. RUPTLY 유튜브 캡처


태양이 보내는 빛, 지구가 방출하는 빛

지구의 에너지원은 태양이 방출하는 전자기파다. 전자기파는 물결파나 음파(소리파)와 같은 파동 현상에 속한다. 호수 표면 위 수면파가 물의 진동을 통해 전달되는 것처럼 전자기파는 전기적(자기적) 성질을 나타내는 전기장(자기장)이 진동하며 초속 30만㎞로 진행하는 파동이다. 수면파가 지나는 곳에 놓인 종이배가 1초 동안 위아래로 흔들리는 횟수를 그 파동의 진동수라 한다. 전자기파도 전기장이 1초에 진동하는 횟수, 즉 진동수로 구분한다. 진동수가 큰 쪽에서 작은 쪽으로 전자기파를 나열하면 감마선, 엑스선, 자외선, 빛(가시광선), 적외선, 마이크로파, 라디오파의 순이다. 전자기파는 진동수가 서로 다른 다양한 식구가 모여 있는 대가족인 셈이다. 이중 온실 효과와 관련된 전자기파는 적외선이다.

지구에 도착하는 태양 에너지의 약 30%는 우주로 반사되고 나머지는 지구 표면이 흡수한다. 태양이 보내는 전자기파를 계속 흡수만 한다면 지구의 온도는 당연히 높아질 것이다. 지구는 흡수한 에너지 일부를 우주로 돌려보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재미있게도 지구가 우주로 돌려보내는 에너지의 형태도 전자기파다. 온도를 가진 모든 물체는 열 복사의 형태로 전자기파를 방출하기 때문이다.

체온이 섭씨 36.5도인 사람도 전자기파를 방출한다. 그 형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이다. 사람의 체열을 진단하는 장비, 한밤중에 적군의 몸이나 무기에서 발생하는 적외선을 추적하는 열상감시장비 등이 물체가 내는 적외선을 확인하는 몇 가지 예다. 평균 기온이 섭씨 약 15도인 지구도 적외선을 방출한다. 지구가 방출하는 적외선은 1초에 수십억 번에서부터 수백조 번 진동하는 넓은 진동수 영역을 갖는 다양한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이들 중 일부 성분(특정 진동수의 적외선)만 대기 속 온실 기체에 의해 잡아 먹히며 탈출에 실패한다. 왜 온실 기체는 적외선의 특정 성분만 흡수하는 것일까?

기체 분자가 적외선을 흡수하는 조건

대기의 약 78%를 차지하는 질소 분자는 두 개의 공(질소 원자)이 하나의 스프링으로 결합된 모델로 비유할 수 있다. 한쪽 공을 잡아 스프링을 늘린 후 놓으면 두 공은 서로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진동을 반복한다. 1초에 진동하는 횟수는 스프링의 강도와 두 공의 질량에 의해 결정된다. 공이 가볍고 스프링의 강도가 높을수록 분자의 진동수가 증가한다. 분자를 구성하는 원자들의 질량이 제각각이고 이들을 연결하는 결합력(스프링의 강도)이 다 다르기 때문에 분자마다 자신만의 고유한 진동수를 보인다. 1초 동안 질소 분자는 약 82조 번, 산소 분자는 약 62조 번 진동한다. 이 숫자들은 질소 분자와 산소 분자의 고유 진동수로서 분자의 주민등록증이자 지문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분자가 진동하는 횟수는 정확히 적외선 영역에 포함된다. 따라서 분자가 적외선을 흡수하면 진동이 커진다. 그런데 분자는 아무 적외선이나 마구잡이로 흡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1초에 10조 번 진동할 수 있는 분자는 10조 번의 진동수를 가진 적외선만 흡수해 자신의 진동을 키울 수 있다. 분자들은 대단한 편식가로서 지구가 방출하는 적외선 스펙트럼 중 분자 자신의 고유 진동수를 가진 적외선 성분만 먹어 버리는 것이다. 분자의 고유 진동수에 해당하지 않는 진동수를 가진 다른 적외선 성분들은 흡수되지 않고 우주로 달아난다.

그래픽=신동준기자

그러나 분자가 적외선을 흡수하기 위한 조건이 하나 더 있다. 분자의 진동 방식이 '비대칭'적인 모습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림 속 질소 분자의 진동 방식은 정확히 좌우 '대칭'이다. 이런 진동은 적외선을 흡수할 수 없다. 따라서 대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대칭 진동 방식을 가진 산소와 질소 분자는 온실 효과와 무관하다. 반면 탄소 원자를 중심으로 양쪽에 두 산소가 대칭적으로 결합한 일자형 분자인 이산화탄소는 그림처럼 총 세 가지 방식으로 진동할 수 있다. 탄소는 움직이지 않고 두 산소가 함께 접근했다 멀어지는 ⓐ대칭적 진동, 한쪽 스프링이 줄어듦과 동시에 다른 쪽 스프링이 늘어나는 ⓑ비대칭적 진동, 마지막으로 탄소가 아래로 향하고 두 산소가 위를 향하는 ⓒ굽힘 진동 등이 그것이다. 이산화탄소는 비대칭적으로 진동하는 ⓑ, ⓒ 방식의 진동을 키우기 위해 해당 진동수의 적외선 성분을 흡수할 수 있다.

게다가 이산화탄소의 굽힘 진동의 진동수는 지구가 방출하는 적외선 분포 중 세기가 가장 강한 영역에 위치한다. 즉 지구 표면을 떠나 우주로 향하는 적외선 성분들 중 세기가 가장 센 성분만 쏙 빼먹는 셈이다. 이렇게 흡수된 적외선은 이산화탄소 분자들의 굽힘 진동을 더 강하게 만든다. 결국 지구의 열적 균형을 위해 빠져나가야 할 적외선의 일부가 흡수되어 지구의 대기에 갇히는 것이다. 이것이 이산화탄소의 온실 효과가 매우 강한 이유다.

메탄과 지구온난화

탄소 원자를 감싼 정사면체의 각 꼭지점에 네 개의 수소가 배치된 메탄 분자도 마찬가지다. 메탄 분자는 총 네 가지 방식으로 진동하는데 이중 두 가지 진동은 비대칭적 모습을 갖고 있다. 따라서 메탄은 적외선을 흡수해 이 진동들을 강화할 수 있다. 문제는 메탄 분자가 흡수하는 적외선 진동수가 이산화탄소가 흡수하는 적외선 진동수와 다르다는 것이다. 우주로 빠져나가는 적외선의 총량을 사과에 비유한다면 이산화탄소가 사과의 한쪽을 베어 먹을 때 메탄은 사과의 반대쪽을 베어 먹는 꼴이다. 그런데 메탄이 흡수하는 적외선 성분은 지구가 방출하는 적외선들 중 세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영역에 속한다. 따라서 분자 대 분자로 보자면 이산화탄소에 비해 메탄 분자의 온실 효과는 약한 편이다.


러시아 북극권 야말(Yamal) 반도에서 발견된 싱크홀. Siberian Times 유튜브 캡처

그러나 특정 기체의 온실 효과에 대한 기여도는 분자 하나의 특성으로만 결정되지는 않는다. 특히 해당 기체의 대기 속 농도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 기후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온실 기체의 지구 온난화에 대한 기여도는 기체의 농도에 대해 로그함수적으로 증가한다. 즉 온실 기체 1개가 2개로 증가하며 지구 온난화에 기여하는 효과는 10개가 20개, 100개가 200개로 증가하며 기여하는 효과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미 400 ppm(1ppm은 100만 개 중 1개)의 농도를 넘어선 이산화탄소보다 1870ppb(1ppb는 10억 개 중 한 개)의 낮은 농도를 가진 메탄의 경우, 약간의 농도 증가도 온실 효과의 급증으로 이어진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비해 적외선을 붙잡아 두는 효과가 향후 20년을 기준으로 84배나 더 높다.

영구 동토층 속에, 그리고 해저에 수화물의 형태로 얼어 있는 막대한 양의 메탄이 지구 대기로 방출될 경우 나타날 기후 변화의 양상은 인류가 당면한 위기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높다.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이미 티핑 포인트를 넘어선 것은 아닐까? 기후 학자를 포함한 과학자들의 경고가 늦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남극 르메르(Lemaire) 해협 인근을 떠다니는 빙하 위에서 턱끈(chinstrap) 펭귄 무리가 꼭대기 방향으로 오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고재현 한림대 나노융합스쿨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고재현의 물리학으로의 초대
한국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네이버엣도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스탠드에서 구독하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