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전 비서관 압수수색으로 여권 강력반발
"윤석열이 정부 정책에 영향주려 한다" 강한 의심
조국-추미애 거치며 수사의 '정치적 접근' 고착화
검찰이 최근 손댄 주요 수사가 하나같이 정쟁 핵심 이슈로 부각되면서 ‘검찰이 정치에 포위됐다’는 우려가 부쩍 커지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이 날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그 파급 효과로 일선 검찰청의 수사마저 ‘정치 논리’에 의해 뒤틀리거나 해석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사실상 감사원의 수사의뢰로 시작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가 청와대를 겨누는 형국으로 전개됨에 따라, 검찰 수사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해묵은 논쟁 주제였던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문재인 정부 후반기를 맞아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권, 원전 수사를 '정치행위'로 규정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는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의 휴대폰을 압수해 포렌식(자료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검찰은 채 전 비서관과 함께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행정관 2명의 휴대폰도 확보했다. 검찰 주변에선 산업통상자원부가 ‘월성1호기의 경제성이 낮다는 평가 결과가 나오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만들어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검찰 수사가 원전 주무 부처를 넘어 결국 청와대 쪽으로 뻗어간다고 볼 만한 대목이다.
이번 수사는 본격 착수 단계부터 여권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검찰이 정부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미다. 일부 정치검사들의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감사원 고발이 없었고, 윤 총장의 대전지검 방문 일주일 만에 수사가 전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게 여권이 내세운 '정황증거'였다. 비록 대전지검이 △감사원에서 ‘수사참고자료’를 건네받아 사실상 수사의뢰를 받은 셈이고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이 아니라, ‘경제성 평가 자료의 조작 여부’가 수사 대상이라고 주장하며 ‘정치적 의도’에는 선을 긋고 있으나, 여권의 의심은 여전하다.
‘윤석열호(號) 검찰’에 대한 불신의 시발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라는 게 법조계와 정치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조 전 장관이 임명되자마자 검찰이 그에 대한 수사를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의 권위를 흔든 셈이라, 검찰 의도와는 관계없이 정치적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며 “그때부터 윤 총장과 검찰은 정치 영역에 발을 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수사→추미애 취임 거치며 '수사의 정치화' 뚜렷
조 전 장관 수사 이후 검찰 수사에는 항상 정치색(色)이 덧입혀졌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에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휘말려 들자 여권의 공세가 본격화했고,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 파문 및 수사팀장(정진웅 현 광주지검 차장검사)의 독직폭행 사건까지 발생했다. 대규모 서민 피해로 이어진 라임자산운용ㆍ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 사기 사건은 “현 정부를 흔들려는 윤 총장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수사”라는 논쟁을 낳기도 했다. 특히 라임 사건의 경우, 주범인 김봉현(46ㆍ구속기소)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무차별 폭로에 정치권이 출렁였고, 급기야 윤 총장이 또다시 수사 지휘권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월성 1호기’ 관련 수사에 나서자 “궁지에 몰린 윤 총장의 ‘반전 카드’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모든 수사행위를 정치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수사의 정치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부장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결국은 정부 조직 일원인 검찰의 수사를 정치권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니, 정치적 중립성은커녕 수사가 정치에 흔들리는 형국이 됐다”며 “조국 수사로 윤 총장이 자초한 측면도 있지만 검찰 수사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도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한 지방검찰청 간부는 “월성 원전 수사는 ‘수사의뢰’ 용어는 쓰이지 않았지만, 명백히 감사원의 수사의뢰에 따른 사건”이라며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정치적 의도의 유무를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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