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과 아세안(ASEAN), 호주와 뉴질랜드 등 아시아ㆍ태평양 15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15일 공식 체결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RCEP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해 협정문에 최종 서명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참여를 확정했다. 이로써 세계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은 RCEP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유럽연합(EU) 등 3자 병립체제로 재편되게 됐다.
RCEP 경제 규모는 당장 역내 인구 22억명, 국내총생산(GDP) 합산 26조2,000억 달러로 세계 GDP의 30%를 차지한다. 앞서 출범한 NAFTA나 EU 등의 경제 규모를 훨씬 상회하는 세계 최대의 경제 블록이 된다. 우리나라는 RCEP 참여로 기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관세철폐율이 기존 79.1~89.4%에서 91.9∼94.5%까지 높아지는 효과를 누리면서 ‘신남방정책’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일본과 FTA 체결 효과를 갖게 된 것도 중요한 진전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발효될 RCEP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을 통해 역내 경협에 참여해온 미국이 제외된 대신, 중국이 주도적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 대신 미국은 차기 바이든 정부에서 일본이 주도해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면서 RCEP와 경쟁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역내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이 RCEP와 TPP 간 경쟁 구도로 갈 경우, 우리나라로서는 민감한 선택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가 미국의 TPP 불참을 결정해 우리나라로서는 RCEP 우선 가입에 따른 외교적 부담이 크게 경감됐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TPP에 복귀할 경우, 중국 주도 RCEP냐, 미국 주도 TPP냐를 선택해야 할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현재 RCEP와 TPP에 모두 참여하는 나라는 일본, 호주, 베트남 등 7개국이다. 우리나라로서는 RCEP와 TPP에 모두 참여하는 게 최선이지만, 자국 편에 서길 바라는 중국과 내심 우리의 TPP 참여를 반기지 않을 일본의 견제를 극복해야 한다.
RCEP와 TPP는 미중 무역협상 진전에 따라 점진적으로 협력과 수렴의 길로 나아갈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 경우, 우리나라는 RCEP 확대나, 두 협정체제의 통합에 건설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어느 한 편에 서기보다는 자유무역 촉진이라는 일관된 원칙에 따라 전략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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