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화상으로 개최된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 인사를 하면서 “특히 일본의 스가 총리님 반갑습니다”라고 말했다. 다자 정상회의 무대에서 특정 국가 정상만 콕 집어 인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일종의 유화적 제스처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 취임을 계기로 지난달 24일 한일 정상 간 첫 통화 이후 해빙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에 이어 한일의원연맹단도 스가 총리를 만나며 관계 개선 여건을 타진했다. 지난해 토착왜구와 의병을 입에 올리며 대일 강경론을 주도했던 민주당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대표적 일본통인 이낙연 대표는 ‘문재인-스가 공동성명’을 제안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일본이 지난해 7월 수출규제를 단행한 지 1년 4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스가 총리 취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 그리고 내년 도쿄올림픽 개최까지 한일 관계에 변화를 가져올 계기가 하나 둘씩 쌓이고 있다. 특히 새로 들어설 미 행정부가 한국과 일본을 각각 인도ㆍ태평양 지역 안보와 번영을 위한 핵심축(linchpin)과 주춧돌(cornerstone)로 규정하며 동맹관계를 강조하고 있는 이상, 양국이 기존의 불화를 이어가는 것은 서로 손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본이 여전히 강제징용 배상 판결 해결책을 가져오라며 몽니를 부리는 모습은 유감이다. 일본이 내부 극우 세력의 눈치나 보며 ‘압류된 일본 징용기업 자산 매각 절차를 밟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라’는 현실성 없는 주장만 되풀이해서는 미래는 없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하지 않던가. 우리 정부가 대일 유화 움직임을 보일 때 일본도 성의 있는 자세로 호응해야 한일 관계가 앞으로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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