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 포괄적 동반자 협정(RCEP)' 서명으로 일본산 농ㆍ수산물이 본격적으로 밀려들어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이런 우려에 “개방 수준을 최소화해 부정적 영향을 줄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15일 한국과 아세안 10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총 15개국이 참여하는 RCEP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농ㆍ수산물을 책임지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도 그간의 협상 결과를 공개했다. 협정 가입국 중 기존에 우리와 FTA를 체결하지 않았던 유일한 국가가 일본인 만큼, 일본과의 무역관계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수산 분야에서는 새우와 오징어, 돔, 가리비, 방어 등은 현행 관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일본과의 협상에서는 최근 3년간 평균 수입액의 2.9%(약 400만달러), 수출액의 4.1%(3,100만달러)만 관세를 없애기로 했고, 나머지 품목은 그대로 유지한다. 관세를 없애는 대상은 냉동 이빨고기, 훈제 바닷가재 등 국내 소비가 많지 않거나 교역실적이 없는 수산물 위주다.
대신 아세안 국가로의 수산물 수출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주로 아세안 국가로 수출되던 냉동 가다랑어, 건조 김, 냉동 황다랑어 등은 현재 5% 관세를 물리고 있는데 RCEP 발효 즉시 무관세로 바뀐다.
해수부 관계자는 “일본과는 서로가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개방을 최소화하기로 합의했다”며 “아세안 국가와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의 평균 총 수입액 대비 1.6%(500만달러)어치만 추가 개방하는 반면, 수출은 97.9%(2억9,100만달러)어치를 추가 개방했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도 기존에 체결된 FTA와 비교해 추가 개방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쌀, 고추, 마늘, 양파, 사과 등 민감한 품목과 바나나, 파인애플 등 수입액이 많은 품목은 관세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아세안 국가에서 수입하는 구아바, 파파야 등 일부 열대과일 관세는 없앨 예정인데, 관세 철폐 기간을 10년 뒤로 미뤘다. 중국과는 녹용, 덱스트린을, 호주와는 소시지 케이싱만을 추가로 개방했고, 뉴질랜드는 기존 FTA 수준을 유지한다.
일본산 청주, 맥주 등의 관세를 없애기로 했는데, 대신 청주는 15년, 맥주는 20년간 단계적으로 세율을 낮춘다. 대신 일본도 우리나라 소주와 막걸리에 붙는 관세를 20년 뒤 철폐하기로 했다.
통상적인 FTA에서는 기존에 관세를 물리던 농산물 중 72%(품목 수 기준) 가량은 관세를 철폐했지만, 일본과의 이번 협상에서는 46%(750개 품목)만 개방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은 FTA를 체결하지 않았던 나라이기 때문에 서로 신중하게 협상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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