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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주의자 트럼프?... 지지층 앞세우고 본인은 한 발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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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주의자 트럼프?... 지지층 앞세우고 본인은 한 발 빼고

입력
2020.11.15 19:30
수정
2020.11.15 21:4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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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외면·법조계 비판 등 안팎 궁지
反이민 또 제동, 주요국 바이든에 축하
'패배 인정' 해석 발언 등 출구찾기 전략
"지지층 독려로 향후 행보 모색" 분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워싱턴에서 열린 지지자들의 '대선 불복' 집회 현장 부근을 차량으로 이동하며 양손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워싱턴에서 열린 지지자들의 '대선 불복' 집회 현장 부근을 차량으로 이동하며 양손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연설 이후 대선 불복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듯하다. 8일 만에 나선 공개석상에서 "사실상 패배를 인정했다"는 해석이 나올 만한 발언을 하더니 지지자들의 대규모 '불복 집회'에는 직접 참가하지 않고 차량에 탑승한 채 근처를 지나갔다. 그간의 '부정선거' 주장은 누그러뜨리되 여론전을 이어가는 현실주의자의 모습이다. 그가 공식적이진 않더라도 서서히 패배를 받아들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불복 집회' 참가는 안 했지만 지지층에 '엄지 척'

CNN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주요 매체들은 14일(현지시간) "수천 명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가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집회를 열어 대선 결과에 항의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집회 참가자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며 인사를 건넸다"고 보도했다. 전날 트위터를 통해 집회 참가 의향을 내비쳤던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전면에 나서지는 않음으로써 논란의 소지는 피하되 '콘크리트 지지층'의 대선 불복 여론전은 간접 지원한 셈이다. 실제로 이날 집회는 '대선을 도둑맞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싣기 위해 미 전역에서 몰려든 지지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시간이 갈수록 안팎으로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는 데 따른 계산된 행동으로 풀이된다. 향후 정치적 행동 반경을 넓히기 위해선 지지층의 응집력을 유지하는 게 필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애리조나·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4개 주(州)의 공화당 주의원들은 "선거인단 선정에 개입하지 않겠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를 공론화했다. 주법과 유권자들의 투표에 반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어떤 종류의 사기 행위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선 불복 소송 업무를 맡았던 로펌들이 하나 둘씩 발을 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소송 모두를 최측근이자 개인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에게 맡겨야 하는 처지가 됐다. 또 전직 연방·주판사와 주법무장관, 법학자 등 1,000여명은 이날 공개 서한을 통해 "모든 후보는 합법적인 선거 절차를 보장받을 권리기 있지만, 이의 제기는 사실관계와 증거에 근거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근거 없이 부정선거를 주장하지 말라는 취지다.

이에 더해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에 제동을 건 연방법원 판결이 또 나왔다. 뉴욕 연방지방법원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미등록 이주자 청년 추방 유예(DACA·다카)' 중단 조치는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 기조 중 하나인 반이민 정책이 거듭 부정된 것이다. 게다가 러시아·터키·브라질 등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이 이끄는 일부 국가를 제외한 세계 주요국이 바이든 당선인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며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인정한 상태다.

8일 만의 기자회견서 '불법선거' 주장 없이 백신 자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패배를 인정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전날 8일 만에 공식 기자회견을 연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의 불법선거 주장에 대한 언급은 없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노력에만 집중한 것을 두고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당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억제를 위해 연방정부 차원의 봉쇄 조치는 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던 중 "나는, 이 정부는 봉쇄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느 정권이 올 지 누가 알겠나"라고 말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거나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도 했다. 패색이 짙던 지난 5일 회견에서 "선거 결과가 조작됐다"고 목소리를 높인 이후 트위터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부정선거를 거듭 주장해온 것과는 톤이 사뭇 달라진 것이다.

이를 두고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당선인이 자신의 뒤를 이을 수 있음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했으며, AFP통신은 "선거 패배를 거의 인정할 뻔했다"고 풀이했다. 회견에 앞서 CNN 등 주요 언론은 승패 확정 보도를 미뤘던 마지막 2곳인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각각 바이든 당선인과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를 전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당선인은 선거인단 306명을 확보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펜실베이니아의 결과가 번복되더라도 승부를 뒤집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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