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홍역 환자 86만… 사망 20만
자취를 감춘 줄 알았던 홍역 발병이 최근 다시 급증했다. 수년간 예방접종이 크게 줄면서 후진국 질병이 21세기 공중보건의 위협으로 떠오른 것이다. 백신을 의심하는 음모론이 증가한 탓인데, 이러다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나와도 접종에 난항을 겪어 감염병 종식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와 미 질병통제센터(CDC)가 공동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 지난해 집계된 홍역 환자가 86만9,770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사망자는 20만7,500명으로 1996년 이후 가장 많다. 특이한 점은 홍역 사망자의 90%가 의료 접근성이 낮은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에서 나왔지만, 환자 비중은 73%로 비교적 적다는 사실이다. 보건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전 세계적으로 반(反)백신주의가 확산된 점을 꼽고 있다. 백신이 보편화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던 2016년과 비교해 불과 3년 만에 사망자가 50%나 껑충 뛴 것은 홍역 재확산이 의료체계 부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NYT에 따르면 종류를 불문하고 질병 백신을 한 번도 맞지 않은 전체 아동 인구의 69%(950만명)가 빈국이 아닌 브라질, 멕시코, 필리핀 등 중산층 국가에서 보고됐다. 2000년 ‘홍역 종식’을 선언한 미국 역시 지난해 31개 주(州)에서 1,282명의 환자가 집계돼 1992년 이래 최다 환자가 발생했다. 신문은 “백신 안전성에 대한 의심이 커지면서 접종 비율이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WHO도 백신 반대 운동을 세계 10대 보건 위협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백신 일부 부작용이 공개되면 공포가 삽시간에 번져 접종 기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연구 결과를 보면 2008년 우크라이나에서 홍역 백신 접종 후 어린이가 원인 불명으로 숨진 사건이 보도되자 백신 접종률이 그 해 95%에서 2016년 31%까지 떨어졌다. 이듬해엔 11만5,000건이 넘는 엄청난 홍역 발병이 보고됐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홍역 환자 증가 뒤에는 거짓 정보로 인해 예방 접종률이 정체된 현상이 숨어 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 역시 접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최근 백신 개발에 잇단 낭보가 전해지고 있지만, ‘속성 상용화’에 대한 불신 탓에 백신을 맞겠다는 비율은 낮은 편이다.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백신 접종 의사가 있는 자국 성인은 5월 72%에서 9월 51%로 급격히 감소했다. 8월 중순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를 승인했으나 3상 임상시험을 생략해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러시아에서 역시 성인 절반 가량(54%)만 백신을 맞겠다고 답했다.
WHO는 “많은 사람들이 감염병 확산 위기에 처해 있는 현재 상황은 작은 불씨가 대형 산불로 이어지는 이치와 같다”고 우려했다. WHO는 세계 전체 인구의 95%가 홍역ㆍ볼거리ㆍ풍진을 예방하는 MMR 백신을 두 번은 접종해야 홍역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홍역보다 전파력이 낮은 코로나19의 경우도 집단 60~70%가 백신 접종을 해야 안정적인 집단면역에 이를 수 있다고 WHO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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