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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 '한동훈 방지법' 검토 지시... "자백 강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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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 '한동훈 방지법' 검토 지시... "자백 강요" 논란

입력
2020.11.12 18:08
수정
2020.11.15 16:1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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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검사장 휴대폰 수개월째 비밀번호 못 풀자
"휴대폰 잠금 해제 강제 이행 법안 검토하라"
법조계선 '반헌법적' '과잉금지 원칙 위배' 비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오대근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오대근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피의자인 한동훈 검사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겨냥해 고강도 압박을 취하고 나섰다. 한 검사장의 비협조로 검찰 수사가 장기화하자 ‘휴대폰 잠금해제 강제 이행’을 위한 입법을 주문한 것인데, 법조계에서는 ‘인권침해’ ‘반헌법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12일 법무부에 따르면, 추 장관은 이날 오전 “피의자가 휴대폰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영국 등 외국 입법례를 참조해 법원 명령 등 일정요건하에 그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 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법무부를 통해 이날 오전 공개된 발표문에서 추 장관은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례와 같이’라는 구체적 사례를 적시, 한 검사장을 타깃으로 한 조치임을 명확히 했다.

한 검사장은 이동재(35ㆍ구속기소) 전 채널A기자와 공모, 이철(55ㆍ수감 중)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로부터 여권 인사 비위 사실을 캐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수사팀은 지난 6월 한 검사장의 휴대폰을 압수했으나, 아직도 ‘잠금 상태’를 풀지 못해 핵심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그의 휴대폰은 보안이 매우 강화된 아이폰11인 것으로 전해졌다. 추 장관이 이른바 ‘한동훈 방지법’ 입법 검토 지시를 내린 배경이다.

'검언유착' 의혹의 당사자 중 한 명인 한동훈(왼쪽) 검사장. 오른쪽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재직하며 이 사건을 수사했던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 연합뉴스

'검언유착' 의혹의 당사자 중 한 명인 한동훈(왼쪽) 검사장. 오른쪽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재직하며 이 사건을 수사했던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 연합뉴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선 ‘비인권적 조치’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행 법체계상 피의자 본인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묵비권)가 있고 증거인멸죄의 적용도 받지 않는 상황을 감안하면, 추 장관의 지시는 ‘자백’을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사실상 한 검사장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 출신으로 민주당 소속이었던 금태섭 전 의원은 추 장관의 지시를 직격하고 나섰다. 금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를 강제하고 응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는 법을 만들겠다니, 그런 법이 ‘자백을 강제하고 자백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법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권보장을 위해 수십년간 힘들여 쌓아 올린 정말 중요한 원칙들을 하루아침에 이렇게 유린해도 되나. 그것도 진보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정부에서”라고 꼬집었다. “사실상 묵비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것”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 등과 같은 법조계의 지적도 적지 않다.

한 검사장도 즉각 반발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당사자의 방어권은 헌법상 권리인데, 헌법과 인권보호의 보루여야 할 법무부 장관이 당사자의 헌법상 권리행사를 ‘악의적’이라고 공개 비난하고, 이를 막는 법 제정을 운운하는 게 황당하다.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추 장관을 직격했다.

논란이 커지자 추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디지털 세상에 디지털을 다루는 법률이론도 발전시켜야 범죄대응을 할 수 있다”며 영국과 프랑스 등의 사례를 소개하는 등 진화에 나서면서도 그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예컨대 영국의 ‘수사권한 규제법’은 2007년부터 암호를 풀지 못할 때 수사기관이 법원에 암호해독명령허가 청구를 하고, 법원의 허가 결정에도 피의자가 불응하면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실제 입법이 추진될 경우, 인권침해 및 위헌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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