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의 장벽을 허무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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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의 장벽을 허무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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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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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이지선한동대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사고로 양손 엄지를 제외한 여덟 손가락의 일부를 살릴 수 없게 되어 한 두 마디 정도를 정리하는 수술 받았었다. 그 수술 이후 제일 먼저 힘들었던 것은 상실감도 손을 쓸 수 있을지 없을지 기능에 대한 염려도 아니었다. 원래 끝부분이 아니었던 부분이 손가락 끝이 된 생경한 신경때문에 솜털만 스쳐도 느껴지는 엄청난 통증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깃털을 스치는 것부터 시작해서 새롭게 손가락 끝부분이 된 신경이 중간 부분이 아니라 말단 부위가 된 것에 익숙해지고 무뎌질 때까지 촉각에 대한 재활훈련을 해야했었다. 아직 무언가를 집어 올리거나 잡는 등의 기능을 할 수 없을 때 퇴원을 했는데 7개월 만에 돌아온 집에서 가장 먼저 바꾸어야 할 것은 바로 문고리였다. 동그란 형태의 문고리는 일단 꽉 잡고 힘을 주어 돌려야 열수 있는데 나는 그때 피부이식 후 피부가 수축하고 당겨져서 손의 악력을 만들어 낼 만큼 손가락이 구부러 지지도 않았을 때였고, 무엇보다 손끝에 옷만 살짝 스쳐도 아플 때였기 때문에 문고리를 잡고 닫힌 문을 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집의 모든 방의 문고리를 기다란 모양의 손잡이로 다 바꾸었고 나는 고통을 느끼지 않고 손등이나 팔꿈치로 누르고 발로 살짝만 당기면 문을 열수 있었다.


©게티이미지뱅크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렇게 긴 막대모양의 문고리는 아이든 노인이든 장애인이든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의 대표적인 예다. 유니버설디자인은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개념으로 연령과 성별, 국적, 장애, 경험, 지식의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편리한 환경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이라고 하기도 한다. 휠체어도, 유아차도, 보폭이 짧아지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사람도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눈치보지 않고 타고 내릴 수 있는 저상버스도 모두를 위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어떤 버스는 키가 작은 사람도 큰 사람도 안전하게 손잡이를 잡을 수 있도록 길이가 제각각인 손잡이가 달려있다. 화장실에 낮게 설치된 수전은 아이도 휠체어이용자도 사용할 수 있다. 이렇듯 유니버설 디자인은 어떤 사용자라도 차별하거나 불명예스럽지 않게, 프라이버시를 지키며 안전하고 공평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손, 발, 입으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펜이 있다. 손으로 만지거나, 눈으로 보거나, 또 소리를 들어서 시간을 알 수 있는 손목 시계도 있다. 사용방법에도 융통성을 가지고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제품들은 또 보기에도 아주 멋지다. 설거지 할 때 꼭 두 손이 필요하지 않도록 인조잔디 같은 것이 길게 솟아난 곳에 그릇을 올려놓거나, 실리콘 그물망같은 곳에 그릇을 올려놓고 한 손으로도 설거지 하며 그릇을 놓칠 위험을 방지한 설거지 보조도구도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유니버설 디자인은 처음에 ‘무장애 디자인(barrier free)’으로 시작이 되었다. 사실 장애인이 사용하기 편하면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요즘 공원이나 산에 가보면 나무로 평평하게 만들어진 데크길이 설치된 곳이 많다. 바로 무장애 숲길이다. 어르신, 어린이, 임신부, 장애인과 비장애인 누구나 걷기에 장애가 없는 숲길이다. 우리나라에 요즘 200개가 넘게 무장애 숲길이 만들어져 보행약자도 이 계절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외국에 가보면 이런 무장애길이 해변에도 설치되어 되어 있는 걸 쉽게 볼 수 있었다. 파도를 가까이에서 느끼려면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이 장애물이 될 때가 많은데, 해안선을 따라 바다와 평행하게 난 길이 아니라 바다 가까이 까지 접근 가능한 무장애길이 설치되어 있으면 누구나 파도를 느낄 수 있다.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의 약 45%가 실외활동이 불편하다고 응답했고, 불편한 이유로 47%가 편의시설이 부족해서라고 응답했다. 환경을 조금만 바꾸면 걷지 못하는 다리가, 잘 잡지 못하는 손이, 보이지 않는 눈이, 듣지 못하는 귀가 장애가 되지 않는다. 진짜 장애는 모두를 고려하지 않은,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높이 세운 환경에 있다. 5년이내 초고령사회가 되는 한국.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우리 생활 곳곳에 누구나 공평하게 사용하기 편리한 모두를 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지선 한동대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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