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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어떤 누드 사진은 삭제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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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어떤 누드 사진은 삭제하지 않는 이유

입력
2020.11.12 16:43
수정
2020.11.12 17:1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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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코미디언 셀레스트 바버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헐리우드 스타 패러디. 모델 벨라 하디드가 알몸으로 해변에 앉아 있는 모습을 패러디하거나(왼쪽), 가수 두아 리파의 사진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셀레스트 바버 인스타그램 캡처

호주의 코미디언 셀레스트 바버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헐리우드 스타 패러디. 모델 벨라 하디드가 알몸으로 해변에 앉아 있는 모습을 패러디하거나(왼쪽), 가수 두아 리파의 사진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셀레스트 바버 인스타그램 캡처

호주의 코미디언이자 배우 셀레스트 바버는 자신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자주 자신의 알몸 사진을 올린다. 헐리우드 스타들의 '무결점'을 패러디하기 위해서다. 비현실적인 몸매를 과시하는 스타들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현실적인 모습으로 재미있게, 그러나 당당하게 재창조해 보여줌으로써 바버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웃음을 이끌어낸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750만명에 가깝고, 게시물 조회수는 500만회를 넘나들 정도다.

특이한 점은 노출 사진에 특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온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바버의 알몸 사진에는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이 자신의 몸이 뚱뚱하든, 흉이 있든 상관 없이 있는 그대로의 스스로를 사랑하자는 '자기 몸 긍정주의(Body positivity)' 개념을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인정하면서 생긴 변화다. 과거엔 노출 수준을 기계적으로 판단해 게시물을 삭제했다면, 이젠 게시물이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까지 고려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셈이다.

올해 6월 흑인 인권을 위한 시위가 열린 호주 시드니 중앙역에서 경찰이 시위자들에게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고 있다. 과거 페이스북은 이런 콘텐츠를 청소년들이 보지 못하게 했으나, 이제는 '민감한 콘텐츠'라는 주의와 함께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드니=EPA 연합뉴스

올해 6월 흑인 인권을 위한 시위가 열린 호주 시드니 중앙역에서 경찰이 시위자들에게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고 있다. 과거 페이스북은 이런 콘텐츠를 청소년들이 보지 못하게 했으나, 이제는 '민감한 콘텐츠'라는 주의와 함께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드니=EPA 연합뉴스

12일 온라인 브리핑에 참석한 유동연 페이스북 아시아태평양(APAC) 콘텐츠 정책팀 매니저는 이런 변화에 대해 "사회가 변함에 따라 커뮤니티에도 새로운 규칙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라며 "페이스북은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해 2주에 한 번 꼴로 새로운 규정들을 발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계 31억명에 달하는 이용자들이 쏟아내는 폭력 콘텐츠와 혐오 발언, 가짜뉴스 등이 진화를 거듭해가는 데다 이를 받아들이는 사회의 잣대도 점차 바뀌어가다 보니, 페이스북의 감시자 역할도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청소년에 대한 인식 변화다. 과거와 달리 청소년도 정치·사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존재라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페이스북의 규정 기준이 바뀌었다. 실제 지난해부터 홍콩과 미국 등에서 시위가 일어나면서 경찰의 무력 진압 장면을 고발하는 사진과 동영상이 수없이 게재됐는데, 페이스북은 미성년자 이용자의 경우 '민감한 콘텐츠'라고 미리 주의를 주면서도 시청 자체를 제한하지 않고 있다. 유 매니저는 "과거에는 경찰 무력 진압을 '고문'의 한 형태로 보고 미성년자들에게 노출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올해 전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나 미국 대선 등의 대형 이슈에는 페이스북이 "사활을 걸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가짜뉴스를 걸러내는 데 공을 들였다. 사람들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허위정보의 경우 '빨간 딱지'를 붙이거나 공신력 있는 기관의 정보를 함께 제공해주는 식의 조치가 대표적이다.

페이스북이 제공하고 있는 코로나19 관련 정확한 정보들. 페이스북 캡처

페이스북이 제공하고 있는 코로나19 관련 정확한 정보들. 페이스북 캡처

페이스북의 이런 조치는 대부분 인공지능(AI)이 담당하지만, 맥락을 읽어야 알 수 있는 경우는 전세계 3만5,000여명의 인력이 이를 직접 들여다본다. 올해 4~6월 페이스북에서 삭제된 '따돌림 및 괴롭힘' 콘텐츠 240만건 중에서 AI가 걸러내는 데 성공한 게시물은 13.3%에 불과했다. 유 매니저는 "예를 들어 '옷이 잘 어울리네요'와 같은 칭찬 같은 말도, 어떤 대상에게 어떤 맥락에서 하냐에 따라 괴롭힘이 될 수도 있다"며 "피해자가 직접 신고하는 경우나, AI가 댓글까지 전체 맥락을 살핀 뒤 애매하다 싶은 경우엔 직접 사람이 이를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어의 경우 언어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치·사회적 맥락을 잘 알고 있는 직원들이 검토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I의 진화는 계속된다. 혐오발언에 대한 페이스북의 사전 감지율은 올해 1분기 89%에서 2분기 95%로 늘었고, 삭제된 콘텐츠 양도 960만건에서 2,250만건으로 증가했다. 온라인 상 이용자 안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내년부터는 아예 독립적인 제3자 기관 감사를 통해 페이스북 커뮤니티 규정 집행 보고서 수치를 검증 받을 계획이다. 유 매니저는 "한국 사회는 특히나 변화가 빠른 데다 올바름에 대한 기대치도 높은 곳"이라며 "페이스북은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안전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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