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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쏠까

입력
2020.11.13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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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10월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 모습을 나타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11축(양쪽 바퀴 22개)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려 이동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뉴시스(노동신문 캡처)

북한 노동신문은 10월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 모습을 나타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11축(양쪽 바퀴 22개)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려 이동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뉴시스(노동신문 캡처)


지긋지긋한 질문이지만 또다시 던져봐야만 하는 계절이 돌아왔다. 미국에 곧 새 행정부가 탄생한다는 뜻이다.

미 행정부가 새로 출범할 때마다 북한은 핵 도발을 감행해왔다. 국제원자력기구(NPT) 탈퇴를 선언하고 중거리 탄도미사일 노동1호를 발사한 게 빌 클린턴 행정부가 막 들어선 1993년이었고, 고농축우라늄(HEU) 개발을 시인하며 2차 핵위기를 가져온 게 조지 부시 행정부 초반이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2009년에 2차 핵실험을, 오바마 2기 행정부가 출범하자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미 본토 타격 능력을 증명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한 것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첫 해였다.

미 행정부 교체 시기 전략 도발의 목적은 뚜렷하다. 후순위에 밀려 있는 북핵 문제를 앞으로 끌어와 새 행정부와 거래선을 트겠다는 것이다. 북핵이 최대 안보 이슈인 우리 입장에서야 동맹국 미국이 북한 문제만을 들여다 볼 것 같지만 꼭 그렇진 않다. 이란 문제, 이슬람국가(IS) 테러 대응, 남중국해 갈등 보다 대체로 후순위로 밀려나 있었고, 밀려 있는 걸 앞으로 끌어오자니 위기감을 일거에 끌어올릴 수 있는 충격파가 필요했을 것이다. 미국에 새 행정부가 들어설 때 마다 북한이 핵 출력을 높여야 했던 이유다.

바이든 행정부 초입에서 북한이 또 다시 핵도발을 감행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비핵화 협상에 “폭력배(김정은)에게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라며 거부감을 드러내온 바이든은 일단 전임 행정부의 대북정책 전반을 깐깐하게 재검토할 것이다. 대북정책에 관여할 새 외교안보 라인 구축도 빨라야 내년 4,5월 정도다. 그 사이 한미 간 군사 훈련(3~4월)까지 치러진다면, 북한으로선 마냥 참고 기다리기 쉽지 않은 시간이다.

반면 이란 핵문제 해결 프로세스는 초반부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미국의 리더십 회복’을 대외정책 주요 기조로 삼고 있다.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탈퇴한 이란 핵합의(JCPOA)를 복구한다면, 영국·독일·프랑스·중국·러시아 등 핵합의에 동참했던 주요 강대국 사이에서 미국의 위신을 다시 세울 수 있다. 현재로선 정치적 리스크가 큰 북핵 문제보다 다수 국가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란 핵합의 문제에 먼저 관심을 둘 공산이 크다. 북한으로선 거친 한 방으로 바이든의 관심을 끌어내보겠단 유혹을 느낄만한 상황이다. 올해 초 “머잖아 새로운 전략 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복선까지 깔아 놓은 터다.

남은 임기 문재인 정부의 역할은 뚜렷해진다. 북한이 전략 도발에 나서지 못도록 막아야 하는 것. 또 한번 도발에 나설 경우 이번에야 말로 전례 없는 제재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협상판이 꾸려질 때까지 기다리고 참아달라 설득해야 한다.

한때 북미 정상 간 중재자를 자임했던 문재인 정부로선 성에 차지 않는 작업일 수도 있겠다. 종전선언 같은 달콤한 꿈을 꿨던 게 불과 얼마 전인데 이제는 도발 정국을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니 말이다.

하지만 어찌 종전선언만 기억되랴. 미 행정부 교체기 마다 반복돼온 핵도발의 악순환을 끊고 협상판에 온전히 앉히는 데 성공한 정부 또한 드물었다. 이것만 성공시켜도 문재인 정부의 작지 않은 외교적 성과로 기억될 수 있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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