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 선언을 한 지 나흘이 지났지만 북한 매체들은 관련 내용을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과 새로운 관계 설정을 해야 하는 김 위원장의 고민이 그만큼 깊기 때문으로 보인다.
11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비롯한 관영매체와 선전매체들은 미국 대선 결과를 전하지 않았다. 북한 매체들은 통상 시차를 두고 국제 뉴스를 보도한다. 2000년 이후 미국 대선이 있을 때마다 2~4일쯤 지나 관련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올해는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를 선언한지 4일이 지났지만 공식 반응이 전혀 없다.
북한의 침묵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 위원장이 첫 북미 정상회담을 갖고 친분을 쌓은 트럼프 대통령이 승복 선언을 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조금 더 관망한다는 자세로 볼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직 바이든 당선인에게 축하 인사를 보내지 않은 것도 북한이 참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새로운 대미 관계 전략을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주변국의 동향을 지켜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바이든 당선인과 새로운 협상에 나서야 하는 김 위원장이 아직 구체적인 대미 전략을 세우지 못한 것도 북한의 침묵 요인으로 꼽힌다. 김 위원장은 지난 달 말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원 참배 이후 20일 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데, 대미 전략 마련에 집중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외부 정보를 차단해온 북한 입장에선 국제 뉴스를 주민들에게 알리는 게 시급한 일은 아니다"며 "다만 대미전략에 대한 내부 입장 정리가 마무리돼야 보도가 가능할텐데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내년 1월 8차 당대회를 통해 대미 전략을 발표하기 전까지 내부 입장을 정리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당선인 취임(1월20일) 전 북미가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게 불신을 낮출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11일 국회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실질적인 대북 정책을 수립할 때까지 일정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이 기간을) 우리 정부가 남북의 시간으로 활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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