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6개월 입양아, 입양 뒤 줄기차게 학대한 엄마
한 달 전 다큐멘터리 방송에서 화목한 모습 '연출'
생후 16개월 밖에 안 된 영아를 온몸에 멍이 들도록 때려 숨지게 한 30대 엄마 A씨가 과거 입양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방송에 출연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누리꾼들은 방송 영상을 보며 아이의 이마에 멍 자국이 있었다며 학대 정황이 아니냐고 추측했고, 당시 이를 발견하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까워했다.
한달 전인 지난달 1일에는 EBS 입양가족 특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어느 평범한 가족'이 방영됐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8개월 전 입양된 영아 B양과 30대 부부, 부부의 친딸이 출연했다. 당시 방송된 영상에는 가족들과 친척, 이웃들이 모여 B양의 생일을 축하했다.
누리꾼들, 입양아와 학대 엄마 나온 영상 공유하며 안타까워 해
그러나 B양의 실생활은 방송과 180도 달랐다. 경찰 조사 결과, B양은 2월 B씨 집에 입양된 뒤 줄곧 학대를 받아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방송이 나간 지 2주가 채 안된 지난달 13일 발 또는 무거운 물체로 B양의 등을 내리찍은 것으로 파악됐다. B양은 당시 충격으로 장이 파열됐고 숨졌다. 사인인 장 파열 외에도 머리뼈와 갈비뼈, 쇄골 등 곳곳이 부러져 있었다.
이날 이웃들은 A씨 집에서 여러 차례 무거운 물체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소리를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폭행 뒤 남편에게 '형식적으로라도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하느냐'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집에 나올 때부터 B양의 의식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양은 이날 오전 10시25분 서울 양천구에 있는 한 병원 응급실에 심정지 상태로 들어왔다. B양 온몸에 있는 멍 자국과 골절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의료진은 아동 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A씨가 B양을 학대한 건 입양한 지 한 달 뒤부터다. 3년 전 입양 단체에서 잠시 일했던 A씨는 2월 친딸에게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B양을 입양했다. 그러나 A씨는 이유식을 잘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4시간가량 집에 혼자 두기도 했다. 이 같은 방임은 16차례나 이뤄졌다.
누리꾼들은 A씨의 학대로 B양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당시 방송 영상을 공유했다.
유튜브에 '방송에선 천사 엄마, 학대 치사범'이란 제목으로 올라온 게시글에는 "이마에 멍이 있고 얼굴이 어두워 보인다. 때릴 곳이 어딨냐(한**), "아기 한쪽 눈도 이상한 것 같다. 너무 불쌍하다"(트******), "16개월이면 아기가 말도 못 할 때인데 얼마나 아팠을까. 아기 얼굴만 봐도 주위에서 학대를 당하는지 알아차렸을 텐데"(리**)라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서울남부지법 성보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1일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받는 A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후 "도망과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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