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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 갈수록 수위 높이는 트럼프 '뒤끝 인사'·'정책 대못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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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 갈수록 수위 높이는 트럼프 '뒤끝 인사'·'정책 대못박기'

입력
2020.11.11 19: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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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고위직 공석 '충성파'로 채워
파우치조차 "날 해고하지 말라" 호소
이란·중국 겨냥한 강경 조치도 지속

1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해병대 초병이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 앞을 지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안에서 집무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1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해병대 초병이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 앞을 지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안에서 집무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사실상 패배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도저식 뒤끝 통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임기가 70여일 밖에 안 남았지만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트윗 경질’한 데 이어 다른 고위급 인사들도 ‘충성파’로 채우기 시작했다. 이란, 중국을 겨냥한 강경 외교에 못을 박는 조치도 속속 내놨다. 차기 행정부의 연착륙을 가로막아 국정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방부발(發) ‘인사 파동’은 10일(현지시간)에도 이어졌다. 제임스 앤더슨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직무대행을 시작으로 조셉 커넌 정보담당 차관, 젠 스튜어트 장관 비서실장 등이 줄줄이 옷을 벗었다. 전날 해임된 에스퍼 장관의 후임인 크리스토퍼 밀러 국방장관 대행은 성명을 내고 이들을 향해 “국가와 국방부에 대한 봉사에 감사하다. 국가 방위와 국방부 미래에 크게 기여했다”고 사임을 확인했다.

앤더슨 차관 대행도 그간 백악관과 자주 마찰을 빚어 대선 후 경질될 것이란 소문이 많았다. 다만 그가 외압에 의해 사임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국방부 안에선 본격적인 ‘물갈이’가 시작됐다는 반응과 함께 리더십 공백을 걱정하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국방부를 장악한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를 강행하거나 각종 시위에 군을 투입하려 할 것이란 소문도 무성하다. 한 직원은 CNN방송에 “독재자 같은 행보”라며 “무섭고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후임 인선은 이런 우려를 부채질했다. 전원 친(親)트럼프 인사로 채워진 탓이다. 앤더슨 차관 대행 자리는 육군 준장 출신 앤서니 테이타 전 폭스뉴스 해설자로 교체됐다. 커넌 차관 후임은 에즈라 코헨 와트닉, 장관 대행 비서실장에는 카쉬 파텔이 각각 낙점됐다. 특히 테이타는 올해 초 존 루드 차관 후임으로 지명됐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 인물이라 논란이 한층 증폭됐다. 2018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테러 지도자’로 칭하는 등 그의 그릇된 언사가 알려지면서 공화당 의원들까지 등을 돌렸다. 코헨 와트닉과 파텔 역시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에서 근무한 대통령 측근들이다. 민주당 소속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바이든이 당선인이 되자마자 트럼프와 측근들이 혼란과 분열의 씨앗을 뿌리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앤서니 파우치(오른쪽)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이 4월 22일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대응을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AP 연합뉴스

앤서니 파우치(오른쪽)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이 4월 22일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대응을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AP 연합뉴스

인사 칼날은 미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사령탑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까지 떨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기간 그를 해고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파우치 소장은 이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해고 압박이 걱정되느냐’는 질문에 “내 모든 활동, 인생의 모든 순간을 코로나19 종식에 바치고 있다”면서 차기 행정부에서도 공직을 수행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뒤집기’ 공언에 심술이라도 부리듯, 이란ㆍ중국 때리기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이날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란군에 장비와 부품을 공급한 법인 6곳과 개인 4명을 특별지정제재대상(SDN) 명단에 올렸다. 정권 교체기에도 최대 압박 정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미중 긴장도 계속 고조될 전망이다. 미국은 20일 대만과 ‘경제번영 파트너십 대화’를 열어 확고한 지원 방침을 부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1일 “그나마 중국과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던 안보 수장이 교체되면서 미국의 강경 기조 강화와 우발적 충돌 가능성에 대한 베이징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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