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대를 전망한다-④보호무역
편집자주
국내외 주요 흐름과 이슈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deep) 지식과 폭넓은(wide) 시각으로 분석하는 심층 리포트입니다. 미국 대선 결과 정권 교체가 확정됨에 따라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시의 분야별 전망을 싣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자유무역주의자인가? 그렇지 않다. 그의 통상 철학은 트럼프의 자국우선주의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그는 ‘자유무역(free trade)’ 대신 ‘공정무역(fair trade)’을 신봉한다. 새로운 자유무역협정 체결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는 다자주의자인가? 그렇지도 않다. 그가 만약 통상 분야에서 다자주의자를 자처한다면 ‘수렁에 빠진 세계무역기구(WTO) 구하기'부터 직접 나서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대선 캠페인 내내 WTO 개혁 혹은 복원에 대해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대중 강경론자인가? 그렇다. 트럼프 이후 워싱턴의 기류는 급변했다. 중국과의 패권 전쟁에 여야가 따로 없다. 초당적 대중 전선이 형성된 것이다. 그는 같은 당의 빌 클린턴이 중국의 WTO 가입을 적극 지원했던 일과 이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부통령으로서 중국의 위협적인 성장을 스스로 방조한 점, 나아가 중국이 지금까지도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전혀 변화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서 이제서야 큰 교훈을 얻은 듯 하다.
그렇다면 조 바이든, 그는 과연 누구인가? 그는 민주당 강령에 충실한 노회한 정치인이다. 그의 핵심 공약을 보라. 부자 증세와 법인세 인상, 대규모 산업 정책, 친환경정책 강화와 최저임금 인상, 노동여건 개선 등 민주당 색채가 선명한 정책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통상과 관련하여 눈에 띄는 주요 정책들을 살펴보자.
중국을 겨냥한 강력조치들 만지막
첫째는 탄소조정세다. 파리기후협약 재가입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획기적 상향을 선언한 바이든 행정부가 화석에너지 사용이 많은 나라의 상품에 대해 부과하는 일종의 관세이다. 바이든은 2025년까지 탄소조정세의 도입을 선언한 상태이고, 유럽연합(EU) 또한 탄소국경조정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이 법안이 미 의회를 통과한다면 국제사회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 탄소배출량 1위인 중국 산업계가 바짝 긴장하는 이유이다. 우리 기업들 또한 엄밀한 분석과 세밀한 준비가 필요한 사안으로 판단된다.
둘째는 오프쇼어링(off-shoring) 징벌세이다. 바이든은 미국 기업의 해외 생산활동에 대한 과세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즉, 미국 기업이 생산설비를 이전하여 상품과 서비스를 해외에서 생산하고 이를 미국 시장에 판매하는 경우 연방정부가 법인세 28%(최고세율 기준)에다, 해당 수익에 대한 징벌적 과세로 28%의 10%인 2.8%를 더해 최대 30.8%를 일종의 징벌세로 추징한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중국 기업의 미국 투자 특히 실리콘밸리 투자를 법적으로 봉쇄하고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미국산 테크제품의 중국 수출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동시에 리쇼어링하는 미국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했다면, 바이든은 미국 기업의 오프쇼어링 자체를 금지하려는 정책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애플 등 기업들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자급자족형 공급망의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따라서 중국이나 러시아에 의료장비, 반도체, 통신 기술 등 핵심 산업의 공급망을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컨센서스가 워싱턴서 확산되고 있다. 바이든은 취임 후 '공급망 평가 100일' 프로젝트를 도입해 엉클 샘 공급망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셋째, 미국 신행정부는 중국에 초과설비의 축소를 요구할 전망이다. 철강, 알루미늄에서 조선, 광섬유에 이르기까지 중국 정부가 야기한 엄청난 초과설비 문제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폐해가 워낙 심각해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에 책임을 묻고 해결책을 강하게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초과설비는 해당 상품의 초과공급으로 이어지고 이는 대미 수출 덤핑과 이에 따른 미국의 대중 반덤핑관세 부과, 나아가 중국의 재고 증가에 따른 여타 지역으로의 물량 털기, 우회 수출 등의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中견제 온도 서서히 높아질 듯
이처럼 중국에 대한 바이든의 입장은 트럼프보다 더욱 강경하다. 베이징과의 불필요한 감정의 마찰은 피하되 소프트 파워를 가동해 서서히 중국 견제의 온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바이든 당선자는 올해 1월 15일 서명한 미·중 1단계 무역협상을 실패로 평가하고 있다. 우선 중국이 약속한 2,000억불 어치의 미국산 추가 구매(2017년 대미 수입액 기준) 약속은 정치적 쇼에 가깝다는 견해이다. 중국 정부가 2년 만기 수입 보증 어음을 발행하자 트럼프가 이를 미국 유권자들에게 흔들며 자랑을 하고 다닌 모양새다.
바이든은 중국의 구조적인 문제에 방점을 두고 중국의 개혁을 전방위로 압박할 기세이다. 즉, 1단계 협상에서 원칙에 합의했지만 이후 성과가 없는 지재권 보호와 강제 기술이전 방지 및 환율 조작 금지 등의 문제와 2단계 협상 의제인 국영기업, 보조금, 사이버 보안, 디지털 교역 등에 대해 동맹국들을 동원하여 중국의 양보를 받아낼 기세이다. 특히 중국의 산업 스파이에 대해서 미국 시장 혹은 미국 금융 기관으로의 접근을 완전히 차단하려는 정책도 추진 중에 있다.
트럼프 보호무역조치 유지할 듯
환경과 인권 그리고 공정무역이라는 칼을 꺼내든 바이든은 이미 내수 위주의 성장, 핵심 산업의 자급자족을 위한 홍색공급망 구축, 한반도를 포함한 우호 세력의 확대 모색 등으로 코너에 내몰리고 있는 중국을 더욱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3,600억 달러가 넘는 중국산 상품에 부과했던 보복성 관세를 집권 후 과연 철폐할 것인가? 대답은 부정적이다. 이유는 두 가지. 첫째, 관세 부과를 바이든의 정치 기반인 노조가 지지하고 있다. 둘째, 1단계 협상에서 중국 측이 약속한 미국산 농산물 320억 달러 추가 구매계획에 농민들이 여전히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이미 시행 중인 보호무역조치를 일방적으로 철회하기란 바이든으로서도 쉽지 않다. 차라리 중국 측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이 더 낫다는 지적이 워싱턴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CPTPP 가입 가능성 희박
바이든 행정부는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재가입에 대해 어떤 입장을 견지할 것인가?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협력체제인 CPTPP는 과거 미국이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핵심 축으로 삼고 주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때 미국 탈퇴를 선언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CPTPP에 가입하려면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일부 회원국들의 반발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의회로부터 위임받는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TPA)이 내년 7월 만료된다.
무역상대국의 노동과 환경 법규의 강화 없이는 어떤 신규 무역협정에도 서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바이든 당선자가 이미 밝힌 상황에서 미국 신행정부의 CPTPP 참여 가능성은 당분간 희박해 보인다. 웬디 커틀러 전 미무역대표부 부대표의 제안처럼 오히려 디지털이나 의약품 무역 그리고 무역과 환경 문제 등 제한된 아젠다에 대해 미국이 CPTPP 회원국들과 무역협정을 맺어 나가면서 향후 포괄적 협상을 준비하는 것도 의미있는 대안으로 보인다.
공화당지배 상원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내년 1월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는 환경과 인권 그리고 공정무역의 기치를 내걸고 동맹국들과 함께 새로운 통상 역사를 써내려 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바이든은 취임 후 그의 특유의 친화력과 경륜을 바탕으로 상원에서 최대한 공화당 의원들의 교차투표를 유도해 내든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처럼 행정명령에 서명하거나 정부기관의 규정변경 명령 등을 통해 대선 공약의 일부를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
◆ 글싣는 순서
① 북미관계
② 한미동맹
③ 미중갈등
④ 보호무역
⑤ 미국 내 사회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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