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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과 꼰대

입력
2020.11.11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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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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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미국 정신과협회에서 소개한 병이 있다. ‘이 병은 1970년대부터 논의되었다. 주로 여성에게 나타나며, 남편의 외도 등 강한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하고 참는 데서 오는 가슴이 답답한 증세를 가리킨다’고 했다. 바로 화병 또는 울화병으로, 영어 표기는 ‘Hwabyung’이다. 그 단체에서는 이 병을 한국인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공인하였으며, 문화결함증후군의 하나로 등재하였다. 화병은 한국 사회에서 마음의 울분이 있는 개인이 인내해야 하는 면을 말해 준다.

얼마 전, 영국 방송국 BBC가 오늘의 단어로 ‘KKONDAE’를 선정하여 화제가 되었다. 방송에서는 이 말이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 든 사람’을 뜻하며, ‘동시에 상대방은 항상 틀렸다’는 것을 전제한다는 설명까지 더했다. 기사에 달린 영국인의 반응은 다양했다. 이 말을 통해 한국 사회를 해석하는 이도 있고, 어느 사회에서나 있는 범세계적 현상이라는 관점도 있고, 자신이 타인에게 ‘꼰대’가 아닌지 돌아보는 글도 있었다. 보편적이면서 놓치기 쉬운 문화 현상을 한국인이 정확하게 보고 표현했다며 공감하는 이도 있었다. ‘꼰대’는 ‘화병’ 이후 25년 만에 한국 사회의 이면을 도마에 다시 올려놓았다.

말은 사회 구성원의 삶과 문화에서 나온다. ‘한글, 한복, 김치, 태권도, 탈춤, 종묘제례악, 석굴암’이 그렇게 생성되었다. 그러나 문화란 이러한 물질이나 특정 행위로 드러나는 것만은 아니다. 25년 후, 또 어떤 말이 한국을 바라보게 할까? 그때는 한국의 긍정적인 모습도 보여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이미향 영남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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