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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트럼프가 남긴 미국의 상처를 파고 든다...신냉전 이어질 듯

입력
2020.11.11 18: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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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시대를 전망한다-③미중갈등

편집자주

국내외 주요 흐름과 이슈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deep) 지식과 폭넓은(wide) 시각으로 분석하는 심층 리포트입니다. 미국 대선 결과 정권 교체가 확정됨에 따라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시의 분야별 전망을 싣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11년 8월 부통령 재임 시절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당시 중국 국가 부주석과 악수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11년 8월 부통령 재임 시절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당시 중국 국가 부주석과 악수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을 살필 때는 객관적 사실 못지않게 중국의 인식도 중요하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손상시킨 미국 사회 분열과 ‘내상’이 생각보다 깊다고 본다. 바이든이 당선됐다고 해서 미국 민주주의 위기가 종식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의 전략적 입장에서 보면 이건 큰 호재다. 트럼프가 초래한 미국의 리더십 실추, 이로 인한 국제사회 리더십의 유동성 증가는 도전자인 중국에 기회 요인이다.

중국 언론과 소셜미디어들은 미 대선 과정에서 야기된 사회적 혼란, 인종 갈등, 지지자들의 폭력사태, 트럼프의 불복, 그런 트럼프를 설득하기보다 오히려 거드는 공화당 정치인들을 자세히 조명하면서 미국의 민주주의를 조롱하고 있다. 무역 전쟁에서 시작하여 이념과 체제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는 미중 갈등에서 보면, 현 미국 민주주의의 취약함은 중국 공산당 정부에 분명 반사이익이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사퇴설’까지 나왔던 시진핑 주석의 권력은 오히려 강화되었고, 중국 경제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공산당에 대한 지지도를 높이고 있다. 그런 와중에 경쟁 대상인 미국이 겪고 있는 극심한 혼란상은 중국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함을 선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만연한 트럼피즘과 분열된 민주당

트럼프는 선거에 졌으나 미국 사회 안에는 여전히 왕성한 '트럼피즘(Trumpism)'이 존재한다. 이번에 트럼프는 4년 전보다 오히려 700만표를 더 얻었다. 미 대선 사상 두 번째로 많은 득표수다. 트럼프의 혼란 4년을 경험한 미국 사회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트럼프의 높은 인기는 그가 백악관을 떠난 후에도 미국 정치에서 매우 영향력 있는 인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트럼프가 4년 후에 다시 대선에 출마하고, 심지어 다시 대통령이 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낙선을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를 공화당 지도부가 설득하기는커녕 오히려 두둔하고 나서는 이유 중에는 이런 계산도 있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계속해 바이든 행정부의 발목을 잡을 것이고 이는 미국 사회를 지속적으로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민주당도 문제다. ‘반 트럼프 연대’로 일단 뭉쳤지만 노선 갈등이 심각하다. 바이든은 오로지 트럼프 재선을 막기 위해, 여러 계파가 임시 단결해서 내세운 원로였다. 트럼프 재선 저지 목표를 달성한 만큼 바이든은 4년 단임으로 끝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중간 선거에서 하원을 공화당에 뺏길 수도 있고, 그 경우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차기 대권 주자로 나설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돌고 있다.

미국의 위기를 굴기의 기회로 보는 중국

미국 대선에 대해 중국 정부는 “이것은 미국의 내정”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중국 누리꾼들의 입을 막지는 않았다. 중국 네티즌들은 트럼프를 '촨젠궈(川建國)', 바이든을 '바이젠화(拜振華)'라는 별칭으로 부른다. 말 그대로 ‘트럼프가 중국을 건국했다’는 뜻이고, ‘바이든이 중국을 중흥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즉, 누가 대통령이 되든 궁극적으로는 중국에 이로움이 있다는 중국인들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전략적 관점에서 보면 ‘트럼프 4년’은 중국에 기회였다. 중국정부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바이든 4년’도 중국이 더 강하게 부상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 될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많이 망가져 있고, 바이든이 단시일 안에 무너진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기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20차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미국을 겨냥해 "다자주의가 일방주의를 이긴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했고 앞으로도 계속 증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시진핑 권력 강화와 체제 선전의 기회로 삼고 있으며, 중국 네티즌들은 트럼프를 '촨젠궈(川建國·트럼프가 중국을 건국했다)', 바이든을 '바이젠화(拜振華·바이든이 중국을 중흥하게 만든다)'라고 부르며 중국을 이롭게 한 사람들로 칭하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20차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미국을 겨냥해 "다자주의가 일방주의를 이긴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했고 앞으로도 계속 증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시진핑 권력 강화와 체제 선전의 기회로 삼고 있으며, 중국 네티즌들은 트럼프를 '촨젠궈(川建國·트럼프가 중국을 건국했다)', 바이든을 '바이젠화(拜振華·바이든이 중국을 중흥하게 만든다)'라고 부르며 중국을 이롭게 한 사람들로 칭하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미국이 혼란에 빠진 사이, 시진핑은 11월 10일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통해 우군 결집에 나섰다. 그는 "다자주의는 반드시 일방주의에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외부 세력이 어떤 구실로라도 회원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도 했다. 중국은 줄곧 미국이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하고 국제사회에서 일방주의를 자행한다고 비판해 왔다. 시진핑은 앞서 11월 4일 상하이 수입박람회 기조연설에서도 “일방주의와 보호주의 반대”를 재천명하면서 대외 개방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모두 국제사회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이고 그 이면에는 미국 견제에 대한 포석이 깔려 있다. 수입박람회 역시 중국이 미국의 압박 속에 막강한 구매력을 내세워 우군을 확보하는 무대다.

시진핑은 자주 오늘날 세계가 ‘100년에 한 번 오는 변국적 시기(百年未有之大變局)'라고 강조해 왔다. 오기 힘든 전략적 기회의 시기라는 판단이다. 시진핑은 지난달 중국 4차 산업의 중심지인 선전 경제특구를 시찰하면서도 이 말을 또 사용했다. 미국 대선 과정을 유심히 봤을 그의 정세 인식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최근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5중전회)에서 내수 시장 극대화와 기술 자립을 근간으로 한 이른바 '쌍순환'(雙循環) 발전 전략을 공식화했다. 얼핏 들으면 중국판 ‘고립주의’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미국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미국의 전략적 압박에 맞서 내부에서 발전 동력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과는 경제 협력을 더욱 증진시킨다는 방침이다. 인사들은 이를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라이제이션'이라고 부른다. 미국이 중국을 고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이 미국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켜 버리겠다는 것이다. 턱도 없는 소리라고 들리겠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트럼프가 이런 생각을 촉진했다.

바이든의 외교와 중국정책

바이든 후보 시절 외교정책방향 책자에는 총 92페이지에 걸쳐 ‘중국’이란 단어가 22번 언급되었다. 바이든의 대중 정책은 '중국 억제'란 측면에서 트럼프와도 기본인식은 같이 한다. 다만 동맹과 연대하여 중국을 저지하겠다는 것이 트럼프와 다른 점이다. 화웨이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 굴기에 대한 철저한 견제는 트럼프와 동일하다. 중국을 겨냥, 군사 방면 정책인 '쿼드(Quad) 플러스'도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이며, 인권(홍콩 신장) 문제에 있어선 더욱 강경해질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룰 것이란 점은 한국 정부도 유념해서 봐야한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인권 문제를 거론할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국과 무역 문제에서도 인권적 고려를 할 것이라 했다. 또 남중국해에서는 중국에 맞서 ‘항행의 자유’를 더욱 강력히 집행하겠다고 했다. 또한 중국의 환율 조작, 덤핑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바이든 시대에는 미중 패권 경쟁이 전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티이미지뱅크

바이든 시대에는 미중 패권 경쟁이 전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티이미지뱅크


미중 패권 경쟁의 관건적 시기

흥미롭게도 바이든의 민주당 강령에는 중국과 ‘신냉전’을 안할 것이라고 나와 있다. 하지만 소련과 냉전을 시작한 트루먼 대통령이 민주당 소속이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1년 당시 미국 행정부는 '포린 폴리시'에 장문의 글을 발표하며 ‘Pivot to Asia’를 공식 선포했다. 대 중국 견제 정책을 공식화한 것인데, 역시 오바마 민주당 정부였다. 무역 기술 군사 인적교류 등 갈수록 전방위적으로 악화되는 미중 갈등을 볼 때, 공식화하든 하지 않든 ‘신냉전’ 성격을 띨 수 밖에 없다.

전반적으로 볼 때 바이든 시대에 '반 중국' 미국의 가치 외교는 강화될 것이다. 반면 중국은 트럼프가 손상한 미국 민주주의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다. 한국으로선 미중 사이 ‘중간 지대’에 서 있기가 갈수록 힘들어질 수 있다. 오히려 중국 굴기의 ‘기회 의식’으로 무장한 중국에 맞서 바이든 행정부 시기는 미중 패권 경쟁의 관건적 시기가 될 수 있다. 한국은 ‘강 건너 불보듯’ 할 것이 아니라 주도면밀하게 관찰하고 추이를 살펴야 한다.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주변 강대국들의 세력 전이(power transition) 경쟁 시기에 시달림을 가장 많이 받았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 글싣는 순서
① 북미관계
② 한미동맹
③ 미중갈등
④ 보호무역
⑤ 미국 내 사회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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