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루키' 소형준(19ㆍKT)의 포스트시즌 첫 등판 경기를 중계한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정규시즌에선 신인왕 0순위라지만 과연 가을야구라는 큰 무대에서도 긴장감을 극복할지 관심사였다.
소형준은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등판해 6.2이닝 동안 3피안타 4탈삼진 1볼넷 무실점의 완벽투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KT는 비록 2-3으로 패했지만 적장인 김태형 두산 감독마저 경기 후 "역시 소형준을 1차전 선발로 낸 이유가 있다. 1선발이라고 봐도 손색이 없다. 마운드에서도 그렇고 잘 던져줬다"라며 상대 선수를 향해 이례적인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만큼 고졸 신인의 가을 첫 등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호투였다. 소형준은 슬라이더와 투심을 주무기로 삼고 체인지업과 커브로 타이밍을 뺏으며 두산 타선을 농락했다. 불리한 볼카운트나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담담한 표정에서 타고난 배짱을 엿볼 수 있었다.
정규시즌 내내 비교됐던 류현진(토론토)의 포스트시즌 데뷔전도 소환됐다. 소형준은 올 시즌 2006년 류현진(당시 한화)에 이어 14년 만에 순수 고졸 신인 10승을 달성했고, 박종훈(SK)과 함께 올 시즌 토종 선발 최다승(13승) 투수로 등극했다.
포스트시즌 데뷔전 성적만 따지면 류현진을 넘어섰다. 류현진은 2006년 한화에서 데뷔하자마자 18승과 204탈삼진, 평균자책점 2.23으로 3관왕과 함께 KBO 최초로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동시 석권했다. 그런 류현진도 가을야구 첫 판에선 부담감을 이기지 못했다. 그 해 10월 9일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5.2이닝 동안 만루홈런을 포함해 5피안타 5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류현진과 국가대표 '원투펀치'를 이뤘던 김광현(세인트루이스)은 루키였던 2007년 두산과 한국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해 7.1이닝 무실점으로 깜짝 호투를 펼쳤다. 김광현은 그해 정규시즌에서는 3승7패에 머물렀다. 소형준이 정규시즌에선 류현진, 포스트시즌에선 김광현의 뒤를 따른 셈이다.
KT의 패배에도 소형준의 역투는 다음날까지 계속 화제가 됐다. 정규시즌에서 KBO리그의 차세대 에이스로 검증됐다면 포스트시즌 첫 등판에선 '국가대표 에이스'로의 자격까지 입증한 셈이다.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KIA) 이후 에이스 부재에 시달려온 대표팀에게는 큰 희소식이다. 소형준은 변수가 없으면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내년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 그의 국가대표 데뷔전이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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